국민은행,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 가장 커
국민은행이 신한 KB 하나 농협 등 4대 금융그룹 소속 은행 중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펀드 판매의 절반 이상을 계열사 펀드로 채운 것으로 조사됐다.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가장 낮은 KEB하나은행과는 세 배 이상 차이가 났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판매한 전체 펀드(ETF, MMF 제외) 14조4952억원(지난해 11월 말 기준) 중 52%(7조5514억원)가 계열사인 KB자산운용의 펀드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에 이어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높은 곳은 신한은행이었다. 전체 판매액 8조7281억원 중 44%인 3조8447억원어치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펀드로 채웠다. 농협은행이 판매한 NH-CA자산운용의 펀드는 전체(3조2163억원)의 26%인 8395억원에 그쳤다.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가장 낮은 KEB하나은행은 전체(6조8058억원)의 17%인 1조1262억원어치 하나UBS자산운용 펀드를 팔았다.

4개 은행에서 계열사 펀드 수익률은 비계열사를 크게 밑돌았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경우 지난해 평균 수익률이 계열사와 비계열사간 최대 6.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높을수록 펀드 수익률은 더 낮았다.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국민은행의 지난해 계열사 펀드 수익률(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은 -1.26%로 조사됐다. 지난해 4개 은행이 판매한 계열사 펀드 수익률 가운데 가장 낮다. 같은 기간 KB자산운용이 아닌 국민은행이 판매한 다른 운용사 펀드의 수익률은 4.76%였다. 국민은행 다음으로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높은 신한은행의 계열사 펀드 수익률도 -0.99%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신한은행이 판매한 계열사와 비계열사 펀드간 수익률 격차는 6.83%포인트로 최대였다.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낮은 농협은행과 KEB하나은행의 펀드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농협은행이 판매한 계열사 펀드 수익률은 4개 은행 중 유일하게 시장 평균에 근접했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전체 평균 수익률이 3.51%인데 농협은행이 판매한 계열사 펀드 수익률은 3.12%였다. 국민은행이 판매한 계열사 펀드 수익률보다 4.38%포인트 높다. KEB하나은행이 지난해 판매한 비계열사 펀드 수익률은 7.66%로 4개 은행의 비계열사 펀드 수익률 중 가장 높게 나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중국 등 일부 주력 펀드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면 특정 운용사 펀드의 판매 비중이 높아지기도 한다”며 “2014년 KB자산운용이 고배당·가치주 선정을 잘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소비자들이 몰려 지난해 계열사 판매 비중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또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수익률도 편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이 스스로 펀드 가입을 요청했을 뿐 ‘계열사 밀어주기’와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일각에는 은행들이 연중 계열사 펀드를 집중적으로 팔다가 연말에 일시적으로 판매를 자제해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맞춘다는 시각도 있다. 예컨대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는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50%를 넘지만 연말 기준으로는 50%를 밑돈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계열사 간 거래가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13년 4월 은행·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가 계열 운용사 펀드를 한 사업연도 내 판매액의 50%를 초과해 팔지 못하게 하는 ‘펀드 50%룰’을 도입했다. 당초 지난해까지였지만 2017년까지로 연장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이 판매한 계열사와 비계열사 펀드 수익률 격차가 크면 소비자들은 은행들이 ‘계열사 밀어주기’ 차원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펀드를 권했다고 여길 수 있다”며 “고객 수익률보다 계열사 이익을 우선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