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내내 부진했던 수출이 연초 들어서 더 악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올해 수출전선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이에 정부는 수출 활성화를 위한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나섰다.

정부는 새로운 수출 시장을 개척하고 품목을 다변화하는 등 수출정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소비재나 해외건설 등 유망 분야의 경쟁력 확충,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등을 통해 대처해 나갈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기 둔화, 환율 변동, 저유가 등 대외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 당국이 이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하다고 주문했다.

◇ 제조업 중심 구조에서 탈피한다…수출 패러다임 전환 추진

1일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저유가와 중국 경제의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전략으로는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리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수출 지원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우선 수출 지역에서는 중국과 신흥국 의존도를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경제 제재가 풀리거나 경제가 개방돼 수입 수요가 많은 신시장을 개척하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서방의 제재가 해제된 이란이나 경제 개방이 본격화된 쿠바 등을 새로운 수출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 이란 테헤란에서 제11차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 오는 6월 말 한-이란 무역·투자 콘퍼런스 등 이란 관련 행사를 잇따라 개최해 이란시장 진출을 가시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란과는 차바하 제철소 협력, 유전가스전 개발, LNG·원유 운반선박 수주, 선박검사 서비스, 금융, 보건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기대된다.

쿠바와는 민간경제협력위원회를 구성해 11월 아바나 국제박람회에 사절단을 파견하는 등 민관 협력을 통해 시장을 개척한다는 방침이다.

또 성장 잠재력이 높은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등 아시아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특정 지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외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활용을 극대화하고 비관세장벽 해소, 제3국 공동진출 등으로 한국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인 중국 관련 추가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지역뿐만 아니라 제조업 중심의 수출 구조도 바꾼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서비스업의 해외진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코트라를 중심으로 유망 서비스업 지원기관을 포함하는 '서비스업 해외진출 통합 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보건·의료·콘텐츠 등 유망 서비스 수출 금융 지원을 지난해 2조6천억원에서 올해 3조5천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유망서비스업 지원을 위해 다양한 펀드를 활용하고 러시아, 요르단, 이란 등 수요가 많은 지역에 대응하는 지역별 의료산업 진출 전략도 11월까지 만들기로 했다.

경제 성장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시아 6개국에 대한 한류콘텐츠 진출 지원 전략을 수립하고 중국에 대한 서비스시장 진출 전략도 마련하기로 했다.

한중일 디지털 싱글마켓 추진 등 전자 상거래를 통한 수출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 "산업 경쟁력 확충"…내달 소비재 육성 대책 나온다

정부는 중점 분야의 수출 경쟁력 확충을 위한 각종 방안을 마련 중이다.

먼저 화장품·식료품·패션·생활·유아용품 등 유망 소비재의 해외시장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소비재 산업 육성 종합대책을 오는 3월까지 내놓기로 했다.

신소재·고기능성 고부가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대학에 화장품학과를 개설해 패션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기존 컴퓨터 하드디스크(HDD)를 대체하고 있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스마트폰 등에 널리 사용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같은 고부가·주력 분야의 새로운 수출품목을 육성하기 위한 투자확대·세제지원도 추진한다.

해외건설이나 플랜트 분야의 고부가가치화도 정부가 역점을 두는 부분이다.

투자개발사업 수주 역량을 갖춘 공기업들이 해외 수주를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공기업을 대상으로 한 예비타당성 조사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오는 7월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들이 사업기획·기본설계 등 분야의 역량이 부족한 점에 착한, 원천기술을 보유한 해외기업과 사업을 공동으로 발굴하거나 인수합병(M&A)할 수 있도록 수출입은행이 지원하기로 했다.

작년 말 발효된 한중FTA 체제가 올해부터 본격화함에 따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대규모 수출마케팅 행사를 정부가 지원하기로 했다.

또 수출기업들이 통관·인증 절차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관세청이 특별지원팀을 꾸려 운영한다.

한국과 중국 세관 사이에는 '원산지 자료교환시스템'을 구축, 중국에 통관할 때에는 관련 증명서 제출의무를 면제받도록 할 방침이다.

이밖에 중소·중견기업들의 해외 진출도 촉진해 수출 경로를 다양화한다.

중소·중견기업들이 M&A나 생산기지·유통망 구축을 통해 중국 현지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4조원 규모의 중국시장 진출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잠재능력을 지닌 유망 내수기업 지원을 늘려 수출기업으로 탈바꿈시킨다는 복안이다.

중국·베트남·미얀마 등지에 해외 산업단지를 마련해 국내 기업들의 원활한 정착을 도울 수 있는 맞춤형 대책도 올 6월 나올 예정이다.

◇ 전문가들 "제품 경쟁력 끌어올려야…경제외교도 강화 필요"

전문가들은 수출 부진이 글로벌 경기 둔화, 저유가 등 대외 요인에 따른 영향이 크기 때문에 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이 같은 수출부진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시장 다변화를 꾀하는 등 국제경제 외교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중장기적 해결책을 제시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수출이 감소하는 것은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엔화·위안화의 절하, 글로벌 경기 특히 중국 경기 둔화 때문"이라며 "올해에도 작년보다 수출 증가율이 더 좋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 교수는 "중국 경제의 제품 경쟁력이 급속히 우리를 따라와 우리가 기술에서 앞서가지 않으면 안 된다"며 "정부가 대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 세액 공제를 축소했는데 이전 수준으로 복원시켜 제품 경쟁력 향상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비가 오는데 한 방울도 맞지 않을 수 없다"며 "저유가에 따른 세계 수요의 감소에서 우리나라만 물건을 잘 파는 건 기적 같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책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이 와중에도 그나마 수출이 잘 되는 상품에 대한 프로모션을 강화해 수출을 촉진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경제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오 교수는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중·일이 경제협의체를 가동하면 우리만 소외될 수 있다"며 "한·중·일이 참여하는 경제협의체를 만드는 등 경제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 교수는 "그동안 주력 수출 지역이 아니던 곳도 공략해 보는 등 수출 지역 다변화 노력을 계속해야 하다"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이상원 김동호 김수현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