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고려하면 사실상 쪼그라든 셈…주택 거래 증가 때문인 듯
60세 이상만 큰 폭 증가…나머지 연령대는 정체 또는 감소

가계의 금융자산 증가세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율이 3년째 둔화하면서 지난해 사실상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는데, 이는 저금리 속에서 주택거래가 늘어난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1일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의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 3월 기준으로 전체 가구당 평균 금융자산은 9천87만원으로 전년 같은 시기(9천13만원)보다 0.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작년 3월 기준으로 직전 1년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2% 이상인 점에 비춰보면 1년 사이에 기준금리만큼도 늘지 못한 셈이다.

가계금융조사를 시작한 이래 2011년 17.3%, 2012년 17.9%로 급증하던 금융자산 증가율은 2013년 8.4%, 2014년 2.1%에 이어 지난해 더 내려앉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연령대별 증가율을 보면 60세 이상(9.0%)만 비교적 큰 폭으로 늘고 30대(0.8%), 50대(-0.2%), 20대(-0.8%), 40대(-1.6%) 등 나머지 연령대에선 정체하거나 줄었다.

전체 가구의 금융자산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금액을 말하는 중앙값은 지난해 처음으로 뒷걸음질했다.

중앙값은 2011~2013년 각각 15.0%, 14.0%, 15.9%씩 상승했으나 2014년 6.5%로 증가율이 둔화한 데 이어 작년에는 -1.4%를 기록했다.

금융자산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저축액(저축·펀드·주식·채권·보험·연금 등)'은 지난해 가구당 평균 6천740만원으로 전년보다 1.0% 증가에 그쳤다.

2011년 21.2%이던 증가율이 2012년 17.6%, 2013년 9.4%, 2014년 3.3%로 둔화하며 가파르게 떨어진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저금리 탓이다.

한은 기준금리는 3월 기준으로 2012년 3.25%, 2013년 2.75%, 2014년 2.50%, 지난해 1.75%로 떨어졌다.

2014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거래와 분양 물량이 늘어난 것과도 관련이 있다.

내집 장만 자금으로 보유 금융자산을 투입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택매매거래량은 119만4천건으로 18.8% 늘었다.

근본적으로는 소득이 쉽게 늘지 않는 점이 금융자산 증가의 발목을 잡았다.

가구당 소득 증가율은 조사시기 기준으로 2015년(실제는 2014년 소득)에 2.3%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1년 6.3%, 2012년 5.5%, 2013년 5.8%, 2014년 4.0%에 견줘보면 큰 폭의 둔화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지난해 주택과 관련된 지표가 좋았던 반면에 가격변수 측면에서 금융자산 지표는 주식시장의 박스권 장세 등에 영향을 받아 부진했다"며 "2014년 하반기부터 주택구입이 늘어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