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드론쇼 코리아' 사로잡은 중국 DJI
“그래서 이 드론의 특징은 무엇이죠?” “한국 회사가 제작한 ‘국산 드론’이라는 점이죠….”

지난 28~3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던 ‘2016 드론쇼 코리아’. 아시아 최대 드론 전시회를 내세운 행사에 걸맞게 국내외 56개 회사가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국내 중소기업들도 “빠르게 성장하는 드론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며 60여개가 넘는 제품을 내놨다.

하지만 행사 규모와 기업들의 ‘의욕’에 비해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는 그리 성공하지 못했다. 대한항공, 한화테크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대기업 및 국책연구원이 전시한 무인기와 해저용 드론 등 일부를 제외하곤 외국 제품과 비교해 두드러지는 특징을 발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다수 국내 업체들은 “우리 힘으로 드론을 제작했다”는 홍보에 급급했다. 해외 드론쇼에서 ‘사용자를 따라오는’ 드론, ‘나비처럼 날아다니는’ 나비 드론 등 독창적인 제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었다. 투자 기업을 찾으러 드론쇼에 왔다는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눈에 띄는 드론이 별로 없고 외국산을 모방한 제품들이 너무 많다”고 발길을 돌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세계 상업용 드론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중국 DJI 부스는 행사 내내 북적였다. DJI 팸플릿은 첫날 반나절 만에 동났다. DJI는 오는 3월 서울 홍대에 전시장과 체험존, AS센터 등을 갖춘 플래그십 매장을 연다고 선언했다. 한국 드론산업을 육성하려는 ‘드론쇼’가 DJI의 한국시장 진출의 발판이 된 격이었다.

그나마 일부 중소기업 제품이 주목받은 것은 위안거리였다. 그리폰다이나믹스는 탄소섬유로 만든 대형 드론을 전시했다. 할리우드 영화와 TV 광고를 찍는 데 쓰이는 제품이다. 공기 저항을 적게 받고, 충격에 강한 팔각 프레임을 써 떨림을 최소화했다. 완구형 드론을 만드는 바이로봇도 떨어졌을 때 자동으로 비행을 재개하는 ‘터틀턴’ 기술 등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후발 업체는 ‘독특함’으로 승부해야 승산이 있다”는 일본 드론산업의 ‘대부’ 겐조 노나미 지바대 교수의 조언이 하루 종일 귓가에 맴돈 날이었다.

이현동 부산/중소기업부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