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세환 BNK금융그룹 회장 인터뷰 "조선업 위기라지만…중소 협력사 지원 늘릴 것"
성세환 BNK금융그룹 회장 겸 부산은행장(사진)은 “대형 조선회사들의 부실로 중소 협력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우산’을 뺏기보다 지원을 늘리는 게 지방 은행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소매금융 분야에 영업력을 집중해 이 분야 자산을 1조5000억원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성 회장은 지난 29일 부산 문현동 본점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위기 때 지원 더 늘리겠다”

그는 조선산업 얘기부터 꺼냈다. BNK금융의 영업 터전인 부산 울산 경남 등 동남권에 조선사들이 밀집해 있다보니 시장에선 부산·경남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성 회장은 “부산·경남은행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 여신이 거의 없다”며 “다만 대형 조선사에 기자재 등을 납품하는 중소 협력사들에 대한 여신 규모는 작지 않은데, 현재로선 문제 될 게 없고 문제가 생겨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 협력사에 대한 지방 은행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오래 거래한 기업들이 어렵다고 우산을 치울 수는 없다”며 “(거래 기업들이) 어려울 때일수록 자금 지원을 계속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리는 게 지방 은행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일시적인 어려움에 처한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얘기다.

부산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지역 중소기업 대출을 거의 회수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시적 위기라고 판단한 기업에는 지원을 늘렸다. 부산지역의 고급 기타 제조기업인 피어리스기타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주요 수출지역인 일본에서 주문이 끊기면서 자금난에 빠졌지만 부산은행의 지원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지금은 세계 각지로 최고 품질의 기타를 수출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성 회장은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과 기술력이 있는 기업을 위주로 지원을 늘리면 은행 건전성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매금융 1조5000억원 확대

올해 부산·경남은행 경영전략으로 소매금융 위주 성장을 제시했다. 올해 자산 성장 목표인 2조2000억원 가운데 70%인 1조5000억원을 자산관리·카드·개인대출 등 소매 분야에서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핀테크(금융+기술)도 중점 육성 분야로 꼽았다. BNK금융은 롯데그룹과 손잡고 이르면 상반기부터 롯데마트·세븐일레븐 등 유통망에 무인점포를 설치할 계획이다. 또 오는 3월께 새로운 모바일뱅킹 앱(응용프로그램)을 출시하고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도 대대적으로 펼치기로 했다. 대신 올해 오프라인 점포는 늘리지 않을 계획이다. 그는 “스마트금융 시대에 오프라인 점포를 늘리는 건 의미가 없다”며 “롯데그룹 유통망에 설치하려는 무인점포와 모바일뱅킹이 BNK금융의 새로운 전국 진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성 회장은 당분간 그룹의 체력을 보강한 뒤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고 했다. 3~4년간 자본 확충을 통해 현재 7.3% 수준인 보통주자본비율을 10%까지 끌어올린 뒤 좋은 매물을 찾아보겠다는 얘기다. 해외 진출과 관련해선 상반기에 베트남 호찌민사무소의 지점 전환 인가를 받고, 부산은행도 미얀마에 진출해 이미 현지영업을 벌이고 있는 BNK캐피탈과 연계영업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성 회장은 “동남아시아에서 우리의 강점인 관계형 금융과 비슷한 방식으로 현지 밀착형 진출을 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