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수입 대금 루피화 45% 결제 조건 조정될 듯

이란이 최근 서방의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면서 차바하르 항구 개발 등 이란과 다각적인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인도의 발걸음이 급해졌다.

이란이 서방의 제재를 받는 동안에는 이란이 거래할 수 있는 무역 상대국이 많지 않아 인도가 계약 조건 등에서 상대적을 우월한 지위를 누릴 수 있었지만 이제 각국이 앞다퉈 이란 진출을 추진하면서 인도가 많은 경쟁국 가운데 하나가 됐기 때문이다.

28일 인디언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인도 외교부는 "이란과 추진한 여러 경제 프로젝트들이 조기에 이행될 필요가 있다"며 "이란 정부가 이들 사업을 더 지연시키지말고 시급히 필요한 재정 지원을 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관련 부서에 통보했다.

골람레자 안사리 주인도 이란 대사는 "인도 사기업들은 이란 남동부 차바하르 항구에 서둘러 진출하려는 반면에 인도 정부는 그런 열의를 보여주지 않았다"며 "최근의 변화된 환경에서는 이 같은 신중론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지난해 5월 차바하르 항의 두 개 선착장을 장기 임차해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과 다목적 화물터미널로 사용하기로 이란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인도는 차바하르항에서 이란 밀라크를 거쳐 아프간 델라람까지 도로와 철도를 건설해 아프간·중앙아시아와 통하는 길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그해 9월 이란이 차바하르항 개발을 위해 1억5천만달러(1천800억원) 차관을 요청하자 인도 수출입은행은 서방의 경제 제재를 이유로 차관 제공을 거부했다고 인디언익스프레스는 전했다.

인도는 같은 이유로 이란이 철강업·철도 개발을 위해 3억4천500만 달러의 차관을 요청한 것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또 그동안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때 대금의 45%를 루피화로 결제했던 혜택을 더는 누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인도는 그동안 제재를 이유로 지급하지 않은 수입 원유대금 잔액 65억 달러도 조만간 이란에 지급해야 한다.

인도 정부는 루피화 결제를 지속하기를 원하지만 이란이 서방의 제재가 해제된 상황에서 국제거래에 사용할 수 없는 루피화 대신 달러화나 유로화 결제를 원하기 때문이다.

후세인 야쿠비-미압 이란중앙은행 국제국장은 작년말 "제재가 해제되기만 하면 유로화로 잔금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며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도입한 차관을 상환하기 위해 국제통화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인도 외교부도 "제재 해제로 이란 원유수입 때 현재의 대금 지급 조건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인도 정부는 미지급금과 추후 거래 대금을 루피화로 결제하면 세금을 면제해주는 등 혜택을 주고서라도 루피화 결제를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외교부는 내달 4일 인도를 방문하는 에브라힘 라힘푸르 이란 외교부 부장관과 협력사업 세부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