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하드웨어기업' 탈피 안간힘…페이스북 모바일광고 급성장

글로벌 IT 분야를 이끄는 기업들 가운데 최신 성적표를 받은 애플과 페이스북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애플은 스마트폰 수요 부진 등으로 마이너스 성장까지 예고했지만, 페이스북은 시장의 기대 이상으로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애플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6.6% 하락한 93.44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2014년 중반 이후 가장 낮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은 주가가 최고로 치솟았던 지난해 2월 이후 주식 가치의 약 4분의 1을 잃었다.

이는 유례 없는 실적 부진 탓이다.

애플은 지난해 12월 끝난 직전 분기에 아이폰을 7천480만대 팔아 전년 동기보다 0.4% 증가하는데 그쳤다고 전날 밝혔다.

시장 전망치에 못 미치며 2007년 아이폰 첫 출시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애플의 매출은 오는 3월 끝나는 분기에는 감소할 것이라고 애플은 전망했다.

아이폰은 애플 전체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대표 제품이다.

애플은 경기 침체와 스마트폰 시장 포화로 중국과 홍콩 등 중화권을 비롯해 세계 주요 시장에서 판매가 부진했다.

게다가 달러 강세도 매출에 타격을 줬다.

삼성전자나 중국 화웨이 등 다른 업체들과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애플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중심을 옮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2월 콘퍼런스에서 "애플은 내가 입사한 이후 하드웨어 회사였던 적이 없다.

애플은 처음부터 하드웨어 기업이 아니었던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쿡 CEO는 애플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유일한 회사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은 애플을 하드웨어 기업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애플은 블랙베리나 노키아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루카 매스트리는 "우리 서비스와 활발하게 연계된 기기 수가 매우 많으며 증가 속도도 무척 빠르다"고 FT에 말했다.

아이폰과 애플워치, 맥북 등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애플의 기기가 10억대에 이른다고 회사는 밝혔다.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터지스의 벤 바자린은 "애플은 단지 하드웨어 회사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려하지만 월스트리트는 애플이 수익을 낼 때만 이를 믿을 것"이라고 말했다.

앱스토어 등 애플의 서비스 부문은 지난해 12월 끝난 직전 분기에서 전체 매출의 7%에 불과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애플이 아이폰에 의존하고 있다는 인식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플과 대조적으로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인 페이스북은 2011년 4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4년만에 매출이 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날 발표된 페이스북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58억4천만달러(약 7조700억원)로 시장 전망치(53억7천만달러)를 넘었다.

매월 페이스북에 로그인하는 이용자는 세계 인구(약 74억명)의 약 5분의 1인 15억9천만명으로 늘었다.

매일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사람은 10억명에 이른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통한 페이스북 접속이 늘어났다.

페이스북의 작년 4분기 전체 광고 수익에서 모바일의 비중은 80%까지 올라갔다.

이는 전년 동기의 69%보다 11% 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이 회사의 데이비드 웨너 최고재무재무책임자(CFO)는 "모바일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다.

모바일은 사람들이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 돈을 쓴 곳이자 페이스북이 탁월한 분야"라고 말했다.

이마케터는 페이스북이 올해 미국에서 모바일 광고 매출의 약 20%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페이스북은 이와 함께 이용자들의 총 동영상 시청시간이 하루 1억시간으로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은 페이스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콜 도중 시간외거래에서 12% 이상 오른 105달러를 찍었다.

한편 페이스북을 포함해 이른바 '팡'(FANG)이라고 불리는 4개 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팡 주식은 지난해 미국 증시 상승세를 이끈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을 일컫는다.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현 추세라면 애플을 넘어 시가총액 1위로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미국 증시에서 주가가 가장 많이 상승한 종목이었다.

뉴욕타임스는 투자자들이 애플 대신 팡 주에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이들 기업의 지난 분기 매출액 증가율이 23∼40%에 달하지만 애플은 1.7%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올 들어서는 중국발 쇼크 등으로 미국 증시가 하락세인 가운데 팡 종목도 약세를 보이고 있어 부정적인 전망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