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게임의 재미를 되찾자…실적이  재미를 보다
[BIZ Insight] 게임의 재미를 되찾자…실적이  재미를 보다
세계 3대 게임업체인 일렉트로닉아츠(EA)는 지난해 눈부신 성장을 보였다. 2014년 800만달러였던 순이익은 1년 만에 8억7500만달러로 100배 이상 늘었다. 주가는 2015년 연간 40% 이상 껑충 뛰었다. 2015년 새로 선보인 ‘스타워즈 배틀 프론트’와 ‘매든 NFL16’에서 큰 수익을 낸 덕분이라는 평가다.

일렉트로닉아츠 CEO 앤드루 윌슨
일렉트로닉아츠 CEO 앤드루 윌슨
일렉트로닉아츠는 2012년에는 실적 부진 때문에 나스닥 100지수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고, 2014년까지만 해도 25억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안고 있었다. 대규모 인수합병을 하면서도 게임 브랜드 관리에 소홀했던 탓에 이용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3년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앤드루 윌슨이 ‘이용자 중심’을 외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게임 품질을 높이고 다양한 플랫폼으로 이용자를 끌어들이면서 회생에 성공한 것이다.

개발자를 아티스트로 대우하는 회사

일렉트로닉아츠는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마티오에서 ‘아마진소프트웨어’로 출발했다. 애플의 마케팅전략 담당이사였던 트립 호킨스가 애플을 나와 세운 회사다. 게임 개발의 꿈을 안고 있었던 그는 경영진이 게임산업에 큰 관심을 갖지 않자 자신의 회사를 차리기 위해 애플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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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킨스는 게임 개발자를 ‘아티스트’로 보는 획기적인 관점을 제시했다. 당시 게임 회사들은 게임 개발자를 회사의 부속품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그는 개발자들을 한 명의 아티스트로 대우했다. 개발자 이름을 딴 게임 시리즈를 만들고, 게임 타이틀에는 개발자의 이름을 실었다. 게임 커버 디자인에도 음반 커버와 같은 느낌을 주도록 공을 들였다.

이런 시각은 일렉트로닉아츠라는 회사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회사명에 ‘아츠(Arts)’가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게임 개발자를 아티스트로 대우한다는 그의 원칙을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창업하던 해 그는 새로운 회사명을 짓기 위해 12명의 직원과 회의를 열었다. 긴 회의 끝에 호킨스는 일렉트로닉아츠, 일렉트로닉아티스트, 소프트아츠 등의 후보 중 모든 직원이 만족하는 이름인 일렉트로닉아츠로 최종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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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유능한 개발자들을 영입하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전 직장인 애플과 게임개발사인 아타리 등에서 개발자를 데려왔고, 이들에게 대우도 확실히 해줬다. 일렉트로닉아츠는 제작, 유통, 배급의 전 과정을 모두 담당하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유통구조를 선보이며 비용을 절감했다. 절약한 유통비용으로 수익률을 높였고, 개발자들과 성과를 나눴다.

일렉트로닉아츠는 아콘, MULE 등의 게임을 내놓으며 성공을 거뒀다. 1983년 미국 게임산업을 강타해 대부분의 게임업체를 파산 위기로 몰아넣은 ‘아타리 쇼크’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기업이었다.

몸집 불리기에만 집중…떠나가는 이용자

성장세를 이어가던 일렉트로닉아츠는 1990년대에 들어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시작했다. 창립자 호킨스는 게임 콘솔 회사인 3DO를 차리며 회사를 떠났다. 일렉트로닉아츠는 인지도 있는 게임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만 자금 사정이 어려운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에 나섰다.

1991년에 ‘테스트 드라이브’ 등으로 유명한 디스팅티브 소프트웨어를 사들였다. 이듬해에는 ‘울티마’와 ‘윙커맨더’로 잘 알려진 오리진을 매입했다. 이어 1995년에는 ‘파퓰러스’와 ‘신디케이트’로 알려진 불 프로그를 인수했고, 1997년에는 ‘심시티’ 개발사로 유명한 맥시스를 사들였다.

공격적인 인수합병이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유명 게임 브랜드 제작사를 블랙홀과 같이 빨아들인 일렉트로닉아츠가 이후 브랜드 관리에 소홀한 것이 문제였다. 오리진이 내놓은 ‘울티마8’과 ‘울티마9’가 연이어 실패하면서 후속작인 ‘울티마 X: 오디세이’ 출시를 결국 취소했다. 울티마 시리즈를 이용했던 게이머들의 원성이 높아졌지만 더 이상 게임 출시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2004년 결국 오리진 사업을 접었다. 2001년 불 프로그 역시 문을 닫았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브랜드는 하나둘씩 사라졌다.

출시한 게임들이 소비자에게 외면받은 이유는 게임의 품질이 낮아졌기 때문이었다. 유명 게임 제작사를 인수한 일렉트로닉아츠는 적은 인력으로 짧은 기간에 성과 내기를 강요했다. 짧은 기간에 만들어낸 게임은 전작과 크게 다를 게 없었고, 버그(컴퓨터 오류나 오작동이 일어나는 현상)도 심했다. 게임 개발자를 아티스트로 대우하겠다는 초심을 잃은 대가였다. 일렉트로닉아츠(EA)는 무엇이든지 다 먹어치운다(Eat All)’ ‘악의 축(Evil Axis)’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로비오, 징가 등 모바일·소셜게임 제작사들의 성장세에 일렉트로닉아츠는 주춤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스타워즈: 구공화국’이 흥행에 참패하면서 2012년에는 나스닥 100지수에서 제외되기에 이르렀다.

“이용자 중심” 변화…성공으로 이어져

2013년 9월, 일렉트로닉아츠는 반 년간 공석이었던 CEO 자리에 앤드루 윌슨을 세운다. 회사 내 스포츠 게임부문을 총괄하면서 ‘피파 시리즈’의 성공을 이끈 공로를 인정한 것이다. 그는 25억달러에 이르던 누적적자를 1년 만에 해소하고 흑자 기업으로 바꿔놨다. 게임의 질을 높이고 이용자 중심의 전략을 세운 것이 성공의 주요인이었다.

그는 피파 시리즈를 온라인화한 경험을 살려 모바일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했다. 게임의 품질을 높이고 다양한 플랫폼 간 연계를 통해 손쉽게 게임을 할 수 있게 했다. 2014년 기준 일렉트로닉아츠에서 출시된 게임의 다운로드 건수는 7억건, 월평균 활성 이용자 수도 1억6000만~1억7000만명에 달하는 성과를 거뒀다. 새 게임인 ‘스타워즈 배틀 프론트’는 2015년 북미게임조사업체 NPD가 조사한 베스트셀링 10대 게임 중 4위에 올랐다.

일렉트로닉아츠의 부활을 이끌어낸 윌슨은 2015년 포천이 발표한 올해의 경영인 중 3위에 랭크됐다. 그의 개혁은 끝나지 않았다. 작년 12월 그는 e스포츠 전담부서인 CGD(Competitive Gaming Division)를 신설했다. 피파 시리즈와 매든NFL과 같이 일렉트로닉아츠의 대표 스포츠 게임을 바탕으로 게임산업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게임과 플레이어의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팬들을 위한 라이브 이벤트 및 방송 등을 계획하고 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