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탈세에 칼 뽑은 국세청
국세청이 기업자금의 해외 유출 등 역외탈세 혐의가 짙은 대기업 오너 등 30명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이들이 고의로 탈세를 시도한 정황이 포착된 데다 탈세 혐의 규모가 커 강도 높은 조사 및 형사고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세청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세피난처, 해외 차명계좌 등을 이용한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과 개인들에 대해 세무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이 된 탈루 유형은 사주 일가가 해외 현지법인을 설립한 뒤 이를 통한 편법거래로 자금을 빼돌린 경우가 많았다.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에 가공비용을 송금하거나, 페이퍼컴퍼니를 거쳐 수출하는 방식으로 법인자금을 빼돌린 사례도 다수 포착됐다.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외국인 기관투자가로 위장, 국내에 투자한 뒤 투자소득을 해외로 유출하는 ‘검은 머리 외국인’ 유형, 해외에서 거둔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채 임직원 등 명의로 국내에 들여오는 유형도 중점 조사 대상이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국내 30대그룹 계열 사주 일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오는 3월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 기한 마감을 앞두고 조사 강도를 한층 높일 방침이다. 또 9월부터 미국과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FATCA)에 따른 한국인의 미 계좌 정보 교환이 시작되면 역외탈세 조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영국 독일 케이맨제도 등 전 세계 53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을 통해 대량의 해외 계좌 정보를 받아 조사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국세청의 역외탈세 조사 추징세액은 2012년 8258억원에서 2013년 1조789억원, 2014년 1조2179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다. 지난해엔 1조2861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세종=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