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간판 '후'의 마법
‘K뷰티 열풍’의 간판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한방 화장품 ‘후(后)’의 매출이 2년 만에 4배가량 뛰어 8000억원을 돌파했다.

26일 LG생활건강에 따르면 지난해 후의 국내외 매출은 전년 대비 88% 늘어난 8081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 1737억원이던 후의 매출은 2013년 2037억원, 2014년 4310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국내 면세점과 중국 현지 백화점에서의 판매 호조가 고속 성장의 주요인이다. 후는 국내 최대 시내면세점인 롯데백화점 소공점에서 2014년부터 매출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가 잠잠해진 지난해 9월에는 한 달 매출이 116억원에 달해 면세점업계의 신기록을 세웠다.

중국 현지 매장은 124개로, 1년 전보다 35개 늘었다. 2006년 처음 진출한 이후 상하이의 바바이반(八百伴), 주광(久光)과 베이징의 SKP 등 대도시 고급 백화점에만 입점하고 있다. 소득 상위 5%의 VIP를 집중 공략하는 고급화 전략에 힘입어 지난해 후의 중국 현지 매출은 전년 대비 197% 급증했다.

K뷰티 간판 '후'의 마법
이종원 LG생활건강 홍보부문장은 “해외 브랜드가 흉내 낼 수 없는 ‘궁중한방’이라는 차별화 포인트를 내세우고, 왕실의 기품을 강조하는 일관된 스토리를 강조한 점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 한방화장품연구소는 수만 건의 궁중 의학서적을 뒤져 옛 왕실 여성들이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활용한 각종 비법을 후에 접목하고 있다. 에센스 제품인 ‘후 비첩 자생 에센스’는 LG생활건강의 전체 수출 품목 중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K뷰티 간판 '후'의 마법
후를 비롯한 화장품 사업부문의 고성장에 힘입어 LG생활건강은 11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13.9% 늘어 5조3285억원, 영업이익은 33.9% 뛰어 6841억원을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 회사의 한 해 매출이 5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석용 부회장(사진 아래)이 대표이사를 맡은 첫해인 2005년 매출이 9678억원, 영업이익이 704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회사 덩치가 10년 새 다섯 배 넘게 커진 것이다.

회사 측은 “메르스 변수에도 불구하고 3대 사업부문인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 모두 좋은 실적을 냈다”고 자체 분석했다. 메르스 타격을 많이 받을 것으로 우려됐던 면세점에서 전년 대비 112% 늘어난 636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생활용품사업 매출은 6.3% 늘어난 1조5971억원, 음료 매출은 5.2% 증가한 1조2824억원을 기록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