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당국, 브랜드 파워차·짝퉁 범람 인정 … '소비환경 정화' 추진

중국인들이 대거 해외여행에 나서는 춘제(春節) 연휴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일본 등 인근국 관광업계는 중국인 관광객의 '싹쓸이 쇼핑'에 벌써부터 기대에 부풀어 있다.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와 반대다.

경기둔화 극복을 뒷받침해야 할 소비의 일부가 해외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이런 해외소비를 국내로 되돌리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중국인이 해외에서 싹쓸이 쇼핑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품의 품질차이다.

한국이나 일본 제품의 품질이 좋다고 여기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런 인식에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관광객들이 많이 사는 생활용품의 경우 외국제품과 국산품의 품질차이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25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중국 국영 신화통신은 최근 "외국 제품과 국산품의 가장 큰 차이는 브랜드 파워와 영향력뿐"이라는 펑베이(馮飛) 공업정보화부 차관의 발언을 소개했다.

펑 차관은 발언의 근거로 중국제와 일제 전기밥솥의 성능비교 결과를 들었다.

각각의 밥솥으로 지은 밥맛에 차이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중국제로 지은 밥맛이 더 좋다는 조사결과가 있는데도 국산품이 브랜드 파워에서 뒤져 외제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펑 차관은 조사내용을 자세히 밝히지 않았으나 국영 중앙TV가 작년에 방영한 프로그램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중앙TV는 같은 가격대의 중국과 일본제 전기밥솥으로 밥을 지은 후 10명에게 먹게 하고 맛을 비교하도록 했다.

5명이 중국제 밥솥으로 지은 밥이 더 맛있다고 대답했고 2명은 차이가 없다고 대답했다.

대상자가 10명에 불과한 조사결과를 근거로 우열을 논하는 것은 무리지만 시청자들은 "가격대가 같다면 일본제는 싸구려, 국산품은 고급품이 아니냐"는 댓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보도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펑 차관이 이런 조사결과를 근거로 브랜드 파워가 열세라는 사실을 인정한 데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펑차관은 "선진국에는 가짜가 없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것도 중국인이 외제를 선호하는 이유의 하나라고 신화통신에 설명했다.

브랜드 파워 못지않게 소비자의 신뢰결핍이 "해외소비를 부추기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9일 작년 경제성장률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에서 담당자는 "인터넷 판매액은 전년대비 33.3% 증가했다"고 밝혔다.

제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통신판매를 중심으로 한 소비는 견고하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문제는 인터넷 통신판매야말로 가짜가 판치는 곳이란 점이다.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작년 11월에 개최한 회의에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작년에 인터넷에서 판매된 상품 중 품질에 문제가 없고 가짜가 아닌 비율이 58.7%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소비자 불만도 급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산품을 사라고 호소해봐야 소용이 없다.

가짜가 판치면 국내 소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브랜드 파워 향상은 요원하다.

중국의 대표적 신흥기업으로 저가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샤오미(小米)는 홈페이지에 "가짜를 발견하면 알려달라"는 페이지를 별도로 두고 있다.

국내 브랜드 조차 모조품이 많다는 이야기다.

국내시장의 이런 소비환경이 중국인의 해외 싹쓸이 쇼핑 배경이다.

중국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펑 차관은 "해외소비를 국내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소비환경의 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작년 4월 소비자에게 인기가 있는 외제 생활용품의 관세를 시험적으로 내리고 국산품의 브랜드 파워 제고를 서두르라고 지시했다.

내수확대를 겨냥한 지시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근년들어 정치분야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는 자국의 모순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있다.

과도한 지방채무와 기업의 과잉설비투자, 환경오염 악화, 식품 오염 등을 바로잡기 위해 관영 언론을 통해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경제와 사회 구조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 정부가 앞장서도 쉽게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들이어서 중국의 안정성장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lhy501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