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소비자는 통신요금이나 가스·수도·전기 등 공공요금을 6개월 이상 연체 없이 성실하게 납부하고 증빙자료를 신용조회회사(크레딧뷰로·CB)에 제출하면 신용등급을 올릴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20일 통신요금 납부실적 등 비(非)금융 거래정보를 개인신용평가에 21일부터 반영한다고 발표했다.

금융업계를 중심으로 통신·공공요금 연체정보가 신용평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19일 1년 이상 100만원 넘게 요금을 연체한 가입자를 채무불이행자로 신용조회회사에 등록해온 것을 반대 여론에 밀려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요금 제때 잘내면 신용등급 오르지만…통신비·공공료 장기 연체해도 안 떨어지는 신용등급
◆“공공요금 잘 내면 신용 올라”

김유미 금감원 IT·금융정보보호단 선임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비금융 거래정보를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이유에 대해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 금융거래 실적이 거의 없는 약 1000만명이 신용정보 부족으로 4~6등급의 신용등급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통신요금, 공공요금,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을 성실하게 납부하면 신용평가 때 가점을 주기로 했다. 6개월 이상 연체 없이 성실하게 납부한 뒤 각 납입기관에서 납부실적 자료를 받아 나이스평가정보,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등 신용조회회사에 방문하거나 우편, 팩스 등을 통해 제출하면 된다.

요금 제때 잘내면 신용등급 오르지만…통신비·공공료 장기 연체해도 안 떨어지는 신용등급
나이스평가정보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성실 납부자에게 10점의 가점을 줄 방침이다. 통신요금을 성실히 납부하면 5점을 더 받을 수 있다.

KCB는 6개월부터 24개월까지 성실 납부 기간에 따라 5~15점을 더 얹어준다. 금감원은 신용평가 대상자 약 4652만명이 모두 통신·공공요금 성실 납부 실적을 제출할 경우 708만여명의 신용등급이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신용등급 상승에 따른 대출 이자 절감 규모는 4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새희망홀씨대출, 햇살론, 바꿔드림론 등 서민금융을 이용하고 연체 없이 절반 이상을 갚았거나, 12개월 이상 갚은 사람에게도 상환금액 및 기간에 따라 5~10점의 가점을 주기로 했다.

◆“요금 안 내도 신용등급 그대로”

금융계는 그러나 공공요금을 장기 연체한 소비자가 여전히 신용평가 때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 것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실납부 실적 등 긍정적인 비금융 거래정보를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것과 동일하게 연체 등 부정적인 비금융 거래정보도 신용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잘 갚을 경우 신용평가 때 가점을 주는 제도도 필요하지만, 잘 갚지 않았을 땐 불이익이 따르도록 해야 신용사회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회사 연체정보는 10만원 이상, 3개월 이상이면 곧바로 신용평가회사에 등록된다.

흐름은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그동안 이동통신 3사 가운데 통신요금 연체정보를 신용조회회사에 유일하게 등록했던 SK텔레콤마저 부정적 여론에 밀려 연체정보 등록을 중단하기로 했다.

통신 3사의 통신요금 연체액은 지난해 말 기준 1512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요금 연체 시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돈을 빌렸거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정당하게 지급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 것이 더 큰 연체를 막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