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 보고서 "사무직 등 중급 숙련직 최대 타격…양극화 대책 필요"

로봇과 인공지능(AI)의 발전에 따른 이른바 '4차 산업혁명'으로 부자는 이득을 보겠지만, 저소득층은 그렇지 못해 세계적으로 부의 불평등이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스위스 최대 은행 UBS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일명 다보스 포럼) 개막을 앞두고 19일(현지시간) 내놓은 보고서에서 이같이 예상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보고서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달을 증기기관, 전기, 전자공학 발전에 이은 '4차 산업혁명'으로 표현하면서, 갈수록 더 정교한 작업을 하게 되는 로봇에 일부 숙련된 인력이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저임금 단순 기술직일수록 이런 추세 때문에 임금이 깎이거나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로봇 기술의 발달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직종은 사무직 등 이른바 '중급 숙련직'이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예상했다.

예를 들어 공장 조립라인 등에서는 이미 로봇이 인력을 대체해오고 있지만, 이와 달리 아직 로봇과 경쟁해본 적이 없는 직종은 앞으로의 변화에 직격탄을 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객 서비스 응대나 보험금 청구 처리 등이 그 대표적인 예로, 사무직 직원이 해오던 이런 작업들이 앞으로 사람의 개입 없이 인공지능에 의해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다만 고임금 고급 기술직 등 적응력이 뛰어난 인력은 큰 영향을 받지 않거나 오히려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보고서는 또한 이런 추세가 한 사회나 국가 안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여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 격차를 벌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위스나 싱가포르, 영국, 네덜란드 같은 선진국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에 적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반면, 라틴아메리카와 인도 등 신흥국은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보편화할수록 상대적으로 낮은 노동비용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보고서는 예상했다.

특히 경제구조가 유연하고 사업상에 비능률이나 불필요한 규제가 없는 국가일수록 4차 산업혁명으로 더 큰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보고서는 결과적으로 사람이든 국가든 소득·기술 수준·부의 '사다리'에서 상위에 있을수록 로봇 혁명의 혜택을 입게 된다면서, 이에 따른 양극화 심화를 막기 위해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악셀 베버 UBS 회장은 "(로봇 기술 발달에 따른) 불평등 심화는 선진국과 개도국, 신흥국 사이에서는 물론 우리 사회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를 막으려면 정책 결정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