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에도 '날지 못하는' 대한항공
대한항공이 노사 갈등과 강(强)달러라는 난관을 만났다. 조종사 노조가 두 자릿수가 넘는 임금 인상률을 요구하며 파업 수순에 돌입한 데다 원·달러 환율이 1년 만에 12.5% 급등해 비용 부담이 커졌다. 대한항공 고위 관계자는 “전체 비용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유가가 20달러 선으로 떨어져 항공업계에는 더할 나위 없는 봄이 왔지만, 봄을 느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조종사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대규모 결항이 불가피해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종사 노조, 10년 만에 파업 추진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퇴직금 50% 인상, 경영진 임금 상승분인 연봉 총액 기준 37% 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19일 “2015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쟁의 행위 찬반 투표를 이달 29일까지 진행 중이며 투표율이 지난 17일 54%로 절반을 넘었다”며 “최종 가결될 경우 단계적으로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종사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임금조정 신청을 내는 등 파업 절차를 밟고 있다.

회사 측은 기본급 및 비행수당 각 1.9% 인상 등을 제시했지만 거절당했다. 회사 측은 노조의 임금 인상 주장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경영진이 한진칼 등 계열사에서 받은 임금을 제외하면 실제 임금 상승률은 1.6%에 불과하다”며 “노조가 추정한 경영진의 임금 인상 폭인 37%는 틀린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파업이 진행되면 전체 운항 편수 가운데 20~30%의 결항이 불가피하다”며 “노조가 운송권을 볼모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2005년 12월 이후 10여년 만이다. 당시 파업으로 항공편 1000여편이 결항했고 2600억원이 넘는 직간접 손실을 초래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400여명의 조종사 평균 연봉이 약 1억4000만원인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면 1000억원이 넘는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율 10원 오르면 200억원 손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완연한 강달러 움직임도 대한항공의 경영에 큰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유류비와 정비비, 보험비는 물론 항공기 구입 비용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고 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그만큼 빚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1년 전 달러당 107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올 들어 1200원을 넘어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환율이 10원 올라가면 200억원 정도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라고 전했다.

송재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항공기 도입 등으로 대한항공의 외화표시 부채가 많은 것도 실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3분기 대한항공의 외화순부채는 92억달러(약 10조8000억원) 수준이다. 환율이 10원 오르면 외화환산손실이 920억원 늘어나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2014년 영업이익 3950억원을 올렸지만 외화환산손실 탓에 순손실 4578억원을 기록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