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국제 유가는 최근 6개월 사이 반토막 아래로 급락했지만 휘발유 값은 크게 떨어지지 않아서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금 때문이다. 정부는 국제 유가와 관계없이 리터(L)당 900원에 가까운 유류세를 걷어간다. 여기에 정유사와 주유소의 마진(L당 100~150원)을 감안하면 국제 유가가 더 떨어지더라도 국내 휘발유 값은 L당 1300원 선 밑으로 내려가기 어려운 구조다. 국제 유가 하락의 혜택을 고스란히 누리지 못하는 것은 불합리한 만큼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는 소비자 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덜 떨어지는 국내 유가] 국제유가만큼 떨어졌으면 국내 휘발유값 845원인데…
◆휘발유 값 62.7%가 유류세

1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제 원유가격(두바이유)은 지난해 7월 초 대비 53.3% 추락했다. L당 428.5원 수준에서 20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 기간 국내 휘발유 가격은 12.7% 내리는 데 그쳤다. 주유소에서 파는 보통 휘발유 기준 평균 가격은 이날 L당 1382.5원으로 작년 7월 초 1584.6원에서 200원가량 내렸을 뿐이다. 원유 가격 하락률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면 국내 휘발유 값은 L당 845원까지 떨어져야 한다.

이 같은 괴리는 휘발유 가격에서 차지하는 유류세 비중이 60%를 넘기 때문에 발생한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국제 석유가격에 △정유사 마진 △주유소 마진 △유류세 등이 더해져 결정된다. 1월 둘째주(11~15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인 L당 1392원을 기준으로 보면 국제 석유가격 378원(27.2%)에 정유사 마진 66원(4.7%), 주유소 마진 75원(5.4%), 유류세 873원(62.7%)이 붙는다. 유류세는 지난해 7월 첫째주 890원에서 17원 내리는 데 그쳤다. 부가가치세(10%)와 관세(3%)를 제외한 교통세 주행세 교육세 등이 가격에 관계없이 양에 따라 매겨지는 종량세이기 때문에 세액 변화가 크지 않다.

유류세를 낮추지 않고 휘발유 가격을 인하하려면 정유사와 주유소가 가져가는 이익(마진)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정유 및 주유소 업계 관계자들은 “마진을 줄여 현 수준 밑으로 휘발유 가격을 내리는 건 쉽지 않다”고 말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와 주유소가 최소한의 마진을 붙여 판매 중인 알뜰주유소와 일반 주유소의 휘발유 값을 비교해도 차이가 L당 27.4원밖에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유소업계는 한국주유소협회 차원에서 지난달부터 ‘유류세 바로 알리기 운동’을 시작했다. 전국 1만2000여개 주유소는 ‘휘발유 5만원을 주유하면 세금은 3만50원입니다’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김문식 주유소협회장은 “유류세는 기름을 판매하는 주유소와 구매하는 소비자 모두에게 큰 부담”이라며 “세수 확대에만 집중하는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유류세 인하 검토 안해”

정부는 유가 하락으로 유류세 논쟁이 불붙자 난감해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같이 국제 유가가 급등할 때 유류세 인하 목소리가 커진 적은 있지만 최근처럼 유가 급락기에 불거진 적은 없어서다. 2008년엔 논란이 커지자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10% 깎아주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현재로선 유류세 인하를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유류세가 2000년부터 17년째 물가상승률만큼도 오르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한국의 유류세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해도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L당 613원) 캐나다(322원) 등의 유류세가 낮은 편이지만 유럽 국가 대부분은 L당 1000원을 넘는다고 설명했다.

또 “유류세를 국제 유가와 연동시키면 유가가 오를 때 세금도 올라 휘발유 값이 폭등할 수 있다”며 “이런 부작용 때문에 주요국이 유류세를 종량세로 걷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진형/송종현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