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지난 몇 주간 급격히 절하되자 중국인들이 대거 달러사재기에 나서면서 중국 은행권이 달러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 공상은행은 지난 주말 중국중앙은행인 인민은행으로부터 달러부족 사태에 대해 경고하는 긴급공지를 받았다.

달러부족 사태에 따라 앞으로 공상은행 고객들이 위안화를 달러화로 환전하는데 나흘이 걸리게 된다.

보통은 하루면 환전할 수 있었다.

공상은행의 한 은행원은 "지난 3주간 위안화를 달러화로 바꾸려는 고객들이 급증했다"면서 "이 기간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2% 하락했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의 한 홍콩은행 지점 관계자는 "지난달 중국인들이 사들인 달러화는 전고점인 작년 6월의 2배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중국 정부의 자본통제로 중국인들의 연간 달러화 매입한도는 5만달러다.

새해에는 이 한도가 새로 시작되기 때문에 더 많은 중국인이 위안화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달러화를 사려고 종종걸음을 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도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면서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의 일부 은행들이 달러화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도시의 중국은행과 중국공상은행, 중국상업은행에서는 5천달러를 매입하려면 최소 이틀에서 1주일이 걸린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상하이 금융권에서 일하는 해리 후는 작년에 그와 아내, 부모의 한도를 모두 채워 20만 달러를 사들인 뒤 새해가 되자마자 중국 상업은행의 온라인계좌를 통해 달러화를 사들이고 있다.

후는 WSJ에 "올해의 가장 큰 시장위험은 주식이 아닌 위안화"라면서 "1990년대 중국정부는 과거에 위안화 가치를 달러화 대비 5위안에서 8위안까지 절하되도록 내버려둔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급격한 자본유출에 대해 경계하는 중국 당국은 중국인들의 달러화 사재기가 늘어나자 친척이나 친지 명의로 달러화를 사들이는 움직임 등에 관한 감독과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외환관리국은 이달 초 은행들에 타인에게 자신의 달러매입 한도를 증여하는 이들을 특별주의 명단에 올리라고 요구했다.

신화통신은 지난 10일 사설에서 위안화 표시 자산의 수익률이 달러화 표시 자산보다 좋다면서 성급한 달러화 매입을 자제하라고 중국 가정에 조언했다.

중국 당국은 위안화 가치 절하 방어를 위해 역외시장 등에 개입하고 있지만, 많은 이들은 위안화 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하이에서 미국으로 생화학재료를 수출하는 업체를 운영하는 제임스 마오는 중국 공급업자들에 대한 대금지급을 미루고 있다.

조금 더 기다리면 위안화 가치가 더 내릴 것으로 기대해서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