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이이미지뱅크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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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면서 한국경제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에너지원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기업들의 생산원가 하락과 국내 소비 촉진에는 긍정적이지만, 한국산 제품을 수입하는 신흥국들의 경기침체로 이어지면서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개장 이후 줄곧 배럴당 30달러를 웃돌다가 장 마감 직전 배럴당 29.97달러로 내려앉았다. 이날 WTI는 전 거래일보다 97센트(3.1%) 떨어진 배럴당 30.44달러로 마감했다. 2003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48센트(1.52%) 내린 배럴당 31.07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국제 유가는 전날에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공급 과잉 우려로 2월 인도분 WTI가 5.3%의 낙폭을 보였다. 이날도 개장 이후 4% 안팎의 큰폭으로 떨어졌다. WTI는 이날 7거래일 연속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날도 세계적인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조짐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투자심리를 극도로 위축시키며 가격을 끌어내렸다.

시장 분석가들 사이에서 올해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떨어져 10달러 대에서 거래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30달러선' 붕괴 후 NYME에서는 평소 장 마감시간 후 30여분이 가까이 지난 오후 2시55분까지 마감 가격이 공시되지 않아 시장의 충격파를 실감케 했다.

국제유가 하락 추세가 본격화된 2014년 말∼2015년 초만 해도 저유가가 한국 경제에 축복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원유를 전량 수입해서 쓰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유가가 내리면 공장 가동 등에 필요한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기업의 생산비용 절감으로 물건값이 떨어지고 유류 값이 하락하면 소비 주체인 가계의 실질 구매력도 커진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과 가계가 소비를 늘리면 경기가 좋아지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은 지난해 초 공동으로 발표한 '유가 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49달러까지 하락하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0.2%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하지만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던 국제유가가 이런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20~30달러대로 급락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공급 과잉과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가 맞물려 유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저유가가 산유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를 어렵게 하면서 우리나라도 수출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우리 수출의 58%를 차지하는 신흥국이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아 이들 나라로의 수출이 감소했다.

재정수입의 상당 부분을 원유 판매에 의존하는 중동 등지의 산유국들은 저유가로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해 있다. 이는 곧바로 조선, 건설, 플랜트 등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력 수출 분야에서 수주 감소로 나타났다.

한국의 주력 산업 중 하나인 조선업계도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저유가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시추업체들의 발주 및 계약 취소가 줄을 잇고, 해운업계는 일감이 줄어 선박 발주를 거의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저유가 기조는 일부 부문에선 수출에도 악영향을 준다. 우리나라는 원유를 원료로 쓰는 석유화학 산업 강국이다. 원유 가격이 내려가면 석유화학 제품 가격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인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제품 수출은 전년대비 각각 36.6%, 21.4% 감소했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은 전년 대비 7.9% 줄었다.

전문가들은 저유가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를 줄이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수출산업의 제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가 하락으로 줄어든 생산 비용을 제품 경쟁력 향상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유가를 버스요금, 난방유 가격, 아파트 관리비 등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물가 하락으로 연결시키면 수요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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