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전문성 갖춰라…히타치·이온·유니클로처럼"
"긴 경기 불황과 악화된 경영 환경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 그룹 계열사들도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그들 이상의 전문성을 갖춰야한다"

13일 롯데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 회장은 올해 들어 열린 수차례 그룹 임원 회의에서 이 같은 당부를 거듭하고 있다.

'전문성'이라는 표현을 통해 롯데 계열사들에 '특화된 경쟁력', '대체 불가능한 역량'을 기르라고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 회장은 특히 전문성을 바탕으로 성공한 실례로 히타치(日立), 이온(AEON), 유니클로(UNICLO) 등 일본 기업들을 자주 거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현재 직면한 장기 내수 침체, 인구·생산력 감소 등의 구조적 경제 위기를 일본은 10년이상 앞서 겪었기 때문에, 그 역경을 딛고 살아남은 일본 기업들의 '생존 비결'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는 게 신 회장의 지론이다.

히타치는 과거 TV·냉장고 등 소비재 전자제품을 주로 만들었지만, 2008년 전후로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자 사업 구조를 에너지·엘리베이터·철도 등 대형 설비(인프라) 중심으로 크게 바꿔 '부활'에 성공했다.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로 첨단 기술력까지 갖춘 히타치는 결과적으로 현재 이 분야에서 미국 제네럴일렉트릭(GE)와 어깨를 나란히할만큼 독보적 지위에 올랐다.

일본 유통업체 이온은 내수 침체를 베트남 등 해외 진출로 극복한 대표적 사례이다.

예를 들어 이온은 지난 2014년 베트남 남부 빈증성과 호찌민에 대형 쇼핑센터를 열었고, 2015년에도 베트남 현지 슈퍼마켓 '시티마트' 등의 지분을 인수해 매장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신 회장은 특히 이온의 성공적 해외 진출의 비결로 유통 전문기업으로서의 노하우와 함께 '철저한 현지화'를 꼽았다는 게 롯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앞서 진출한 중국에서 고전하고, 5~8년 전부터 베트남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롯데마트·롯데홈쇼핑 등 유통 계열사들에 사실상 일종의 지침을 내린 셈이다.

글로벌 SPA(생산·유통 일괄)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도 경쟁사가 쉽게 따로 올 수 없는 '높은 가성비(가격대비 높은 품질)'를 앞세워 승승장구하는 모범 기업으로 신 회장 주재 회의에서 계속 거론되고 있다.

신 회장은 현재 일본 도쿄(東京) 롯데홀딩스에 머물며 일본 롯데그룹의 경영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주 중후반에는 인도로 건너가 포럼에 참석한 뒤, 인도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역사 종합개발 등 롯데의 현지 추진 사업을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