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협상이 타결됐지만 한·일 간 전후 처리 과정에서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일청구권협정에 포함되지 않은 사할린 동포, 원폭 피해자에 대한 피해 보상 문제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본 군수업체에 강제징용된 피해자들이 후신인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가 1, 2심에서 패소한 사건을 대법원이 뒤집고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까지 소멸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리면서부터다. 2012년 사건을 파기환송한 대법원은 “한·일 양국 정부가 일제의 한반도 지배 성격에 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2013년 서울고등법원과 부산고등법원은 피고 기업들에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다.

한·일 갈등은 여전하다. 헌법재판소가 작년 12월23일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헌법소원을 각하하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한일청구권협정이 강제동원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을 제한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은 것이다. 헌재의 각하 결정에 대해 일본 측은 “한·일 관계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청구권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측 주장이 반영된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배상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충돌은 당분간 피하게 됐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배상 판결에 반발한 피고 기업들이 대법원에 재상고심을 진행 중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총 11건의 소송도 남아 있다.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고 손해배상 단계로 들어가면 일본 기업과 개인 간의 민사소송을 넘어 양국 간 전면적 외교 충돌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은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 영토로 영유권 분쟁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외교 교섭이나 사법적 해결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한국이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며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아베 정권 출범 후 우경화 흐름과 맞물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노골화하는 분위기다. 아베 내각은 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2005년 제정한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정부 대표를 파견했다. 일본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과 관련한 기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