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해 12월 말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6년 세계 경제가 중국의 성장 둔화와 저유가,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다고 우려했다. IMF 제공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해 12월 말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6년 세계 경제가 중국의 성장 둔화와 저유가,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다고 우려했다. IMF 제공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세계 경제의 핵심 키워드로 ‘불확실성’과 ‘구조개혁’을 꼽았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권고다. 그는 한국에 대해서는 불안과 우려보다는 ‘희망’을 얘기했다. 수출이 어렵지만 내수를 키워 대응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구조개혁만 성공한다면 경쟁력 있는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라가르드 총재와 박수진 특파원
라가르드 총재와 박수진 특파원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말 미국 워싱턴DC IMF 본부 12층에 있는 그의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인터뷰는 미국 금리 인상부터 세계 경제 전망, 한국 경제의 앞날, IMF 개혁, 그리고 총재의 향후 거취까지 거론하며 1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한국인 디자이너 이상봉 씨의 옷을 입고 인터뷰에 응했다. 자신의 건강 유지 비결은 한국산 홍삼차를 매일 아침 마시는 것이라고도 소개했다. 그는 기자의 질문을 끝까지 경청한 뒤 신중하고 간결하게 답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최근 금융위기 후 7년 만에 금리를 올렸습니다. 그동안 신흥국 경제 상황을 고려해 미국의 금리 인상에 반대해 왔는데 어떻게 평가합니까.

“이번 금리 인상에서 주목할 점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Fed가 미국 경제의 회복과 성장을 확신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고, 둘째는 앞으로 추가 인상을 하더라도 고용과 물가지표를 확인해 가면서 점진적으로, 경기부양적 기조를 유지해 나가면서 하겠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Fed가 금리 인상 결정 과정에서 시장과의 소통에 특히 신경 썼다는 점입니다.”

▷Fed가 금리를 얼마나 빨리, 많이 올리느냐에 시장의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금리 인상의 폭과 시기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소통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Fed는 시장 투자자뿐 아니라 각국 중앙은행 및 정책 당국자들이 상황을 예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올해 세계 경제 전망이 어둡습니다. 일부 신흥국에선 위기설도 나오고 있습니다.

“IMF는 지난해 10월에 2016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6%로 예상했습니다. 이달 중순께 새로운 전망치가 나올 것입니다. 2016년 세계 경제 상황은 복잡합니다. 일부 선진국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신흥국 경제는 더 악화할 것으로 봅니다. 중국의 성장 둔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등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각국 정책 당국자들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을 텐데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이럴 때일수록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에 집중해야 합니다. 선진국 신흥국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단기정책은 각국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겠죠. 선진국은 당분간 경기부양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게 좋겠습니다. 신흥국은 기업 부채와 은행의 대출 규모, 특히 해외 부채 관리에 유의해야 합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지 않은 국가에서는 환율정책을 유연하게 쓰는 것도 대외 변수들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국은 수출 주도의 소규모 개방경제입니다. 그런데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고, 수출 경쟁국인 일본이 공격적으로 돈을 풀어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바람에 고전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에서 내수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내수는 더 살릴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한국 정부는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 통화와 재정정책을 좀 더 경기부양적인 기조로 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도 근본적으로는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 노동과 공공, 금융 등의 분야에서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합니다. 특히 노동개혁을 서둘러 고용과 투자를 늘리고, 규제 완화를 통해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기술분야 중소기업에 더 많은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은 기본기가 튼튼하기 때문에 구조개혁만 성공한다면 경쟁력 있는 미래를 일궈나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IMF는 중국 위안화를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포함시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중국을 배려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IMF가 내부적으로 ‘위안화가 광범위하게 통용되고 있고,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는 통화’라는 자료에 근거해 판단했고, 이 같은 의견을 집행이사회가 받아들여 결정한 것입니다. 기술적 판단일 뿐 정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는 없습니다. 이번 결정은 중국이 글로벌 금융시스템으로 통합되고, 금융부문 개혁을 가속화하는 데 촉진제가 될 것입니다.”

▷오랜 숙제였던 IMF 쿼터(지분) 개혁문제도 최근 미 의회에서 2016회계연도 예산안이 통과하면서 마무리됐습니다.

“IMF 쿼터 개혁문제는 IMF 역사에서 이정표(milestone)가 될 만한 사건입니다. 미국이 IMF 자본금 확충 예산을 처리함으로써 IMF 자본금 확충과 지분구조 조정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해결했습니다. IMF 자본금을 두 배로 확충해 위기 대응 능력이 강화됐고, 이 과정에서 선진국과 신흥국 지분율 조정이 이뤄지면서 신흥국의 발언권이 커지게 됐습니다. IMF를 위해서나 세계를 위해서나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총재에 취임한 뒤 IMF가 많이 변했다고 합니다. 위기국 지원 시 고금리와 구조조정을 강요하던 관례에서 벗어나 경제 회생 쪽에 무게를 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변화를 꾀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IMF도 변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긴축과 구조조정만으로는 경제 정상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것을 배웠죠. IMF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대출 방식을 크게 바꿨습니다. 위기국을 신속하게 지원하고, 대출 조건도 각국의 상황에 맞게 조정해주는 방식으로 변경했습니다.”

▷IMF가 기후 변화나 소득 불평등, 성차별 등에 관심을 두는 것을 의아해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IMF는 세계 경제의 안정과 지속적 성장을 위해 설립된 조직입니다. 기후 변화와 소득 불평등, 남녀평등 등의 문제는 이런 조직의 목표와 동떨어진 이슈가 아닙니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 지속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독려하는 게 성장에 이바지합니다. 기후 변화 이슈도 마찬가지입니다. 온실가스로 인한 자연재해와 해수면 상승, 농작물 피해 등은 세계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입니다. IMF가 이런 이슈들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런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워싱턴= 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