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균 켐트로닉스 회장이 무선충전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켐트로닉스 제공
김보균 켐트로닉스 회장이 무선충전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켐트로닉스 제공
“무선충전 그거 한번 해봅시다.”

김보균 켐트로닉스 회장은 2008년 무선충전개발팀을 신설하라고 지시했다. 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거의 없었던 때다. 신규 사업 보고를 받던 중 ‘이건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휴대폰 사용자들이 불편해하는 선을 없앤다면 그 수요가 엄청날 것이라는 예상도 했다.

켐트로닉스는 전자파를 제어하는 소재부터 개발했다. 무선충전을 하려면 전자파의 간섭을 막아주는 얇은 소재가 들어가야 한다. 이어 자기장을 일으켜 전류가 흐르게 하는 코일과 이를 결합해 회로까지 만들 수 있는 기술을 하나하나 확보해갔다.

◆2008년 첫 개발 나서 ‘결실’

예상은 맞았다. 2013년 나온 삼성전자 ‘갤럭시S4’에 켐트로닉스 무선충전 기술이 처음 쓰였다.

온전한 형태는 아니었다. 스마트폰 뒷면 뚜껑을 열고 전용 케이스를 씌워야 무선충전이 됐다. 매출이 많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을 본 것은 큰 성과였다.

이후 나온 ‘갤럭시 노트4’에선 무선충전 기능이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갔다. 충전기 위에 놓기만 하면 곧바로 스마트폰 배터리가 충전됐다. ‘갤럭시S6’ 모델에는 외부 충전기에 들어가는 모듈을 켐트로닉스가 공급했다.

작년부터는 사용 범위를 스마트폰 이외 분야로 넓혔다. 기아자동차의 ‘K5’와 ‘스포티지’ 모델에 국내 최초로 무선충전기를 넣었다. 기어 변속기 옆에 스마트폰을 올려놓기만 하면 자동으로 충전되는 장치다. 국내 한 사무용 가구업체는 켐트로닉스와 손잡고 오는 2월 내놓을 책상에 무선충전기가 내장된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전자 PC 모니터에도 들어갔다. 스마트 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에 넣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켐트로닉스는 중국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김 회장은 “올해는 대다수 스마트폰에 무선충전 기술이 들어갈 것으로 본다”며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차량통신 사업에도 진출

1983년 설립된 켐트로닉스(옛 신영화학)는 △반도체 식각액 등 화학소재 △터치 직접회로(IC) 등 전자부품 △디스플레이 패널을 얇게 깎는 식각 등 여러 사업을 한다. 2007년 코스닥 상장 때 1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매출이 2013년 3000억원을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2년여 동안 식각사업의 부진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 2014년에는 영업 적자까지 냈다. 특정 회사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어려움이 컸다. 김 회장은 “올해는 신규 사업을 키워 새로운 성장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 새롭게 도전한 분야는 차량통신(V2X=vehicle to everything)이다. 자동차끼리 무선통신을 주고받아 추돌사고를 막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 중 하나다. 20여명으로 구성된 별도 개발팀도 마련했다. 오는 3월 첫 제품을 낸다는 계획이다. 통신 칩에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얹어 상용화할 예정이다. 자동차 지능형 운전자 보조장치(ADAS), 내비게이션, 블랙박스 등에도 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