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과 뮤지컬 한 편 어때요!
성탄절을 앞두고 문화를 즐기려는 독자들을 위해 세대별 추천 공연·전시를 소개한다. 친구들과 함께 즐길 공연을 찾는 10~20대에게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연인과 함께할 공연을 찾는 20~30대에게는 뮤지컬 ‘레미제라블’과 ‘베르테르’, 예술의전당 기획 무대 ‘크리스마스 특집 스페셜 스테이지-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추천한다. 40대 이상 관객이나 부모님을 모시고 공연을 볼 계획이라면 국립극장 마당놀이 ‘춘향이 온다’와 국립국악원의 설장구 명인 이부산 선생(61)의 예술인생 50주년을 기념하는 ‘친구, 유랑 세월 속에서 맺은 인연’도 좋은 선택이다.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인간이 되기를 꿈꿨던 괴물이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 초연돼 뮤지컬계 최고 화제작이자 흥행작으로 꼽힌 ‘프랑켄슈타인’이 내년 2월28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1818년 출간된 영국 천재 여성작가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뮤지컬은 원작의 기본 골격은 가져오되 이야기는 더 극적으로 변형해 창작의 나래를 펼쳤다. 주연 배우들이 1인 2역을 소화하도록 해 인간에서 괴물로 변해가는 인물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그렸다. 창조자는 물론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뒤 울부짖으며 부르는 넘버 ‘난 괴물’에서 괴물 역의 박은태, 최우혁, 한지상이 선보이는 연기와 가창력이 인상적이다. 6만~14만원.

예술의전당 ‘크리스마스 특집 스페셜’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예술의전당 기획 무대 ‘아티스트 라운지’에서 크리스마스 특집 무대가 마련된다. 2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특집 스페셜 스테이지 -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차이코프스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호두까기인형 모음곡’을 포함해 영화 ‘시네마천국’ ‘미션’ ‘겨울왕국’ 등의 수록곡과 크리스마스 캐럴 등이 연주된다.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와 첼리스트 이정란, 비올리스트 이한나와 피아니스트 이미연 등 국내 대표 클래식 연주자들이 무대에 나선다. 1만~2만원.

국립극장 마당놀이 ‘춘향이 온다’

탐관오리의 전형인 ‘춘향전’의 변학도가 순애보적 인물로 다시 태어난다. 춘향은 당돌하고 톡톡 튀는 소녀로, 몽룡은 어디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완벽한 사람’을 뜻하는 말)로 등장한다. 극작가 배삼식의 손을 거쳐 우리가 알던 춘향전 인물들이 새로 태어난다.

내년 2월10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마당놀이 ‘춘향이 온다’에서다. 사회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질펀한 유머를 겸비한 ‘마당놀이’의 색깔은 그대로 살렸다. 배우들은 걸쭉한 입담과 애드리브로 관객에게 말을 걸고, 관객은 추임새를 넣으며 ‘제2의 주인공’이 된다. 무대에 3면의 가설 객석을 세워 관객과 배우의 간격을 좁혔다. 3만~7만원.

이부산 예술인생 50주년 공연

설장구 명인 이부산 선생의 예술인생 5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 ‘친구, 유랑 세월 속에서 맺은 인연’이 29일 오후 7시30분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다. 일어선 채 장구를 어깨에 메고 치는 설장구는 화려한 몸놀림으로 풍물굿의 백미로 꼽힌다.

이 명인은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6살 때부터 장구를 잡은 이후 50년째 설장구 외길을 걸어왔다. 공연에서는 이 명인의 설장구 공연과 함께 동료 예인들이 축하 무대를 펼친다. 광개토 사물놀이 예술단의 대북 합주, 경기도립 사물놀이패의 ‘호남우도 사물놀이’에 이어 40명이 출연하는 ‘우도 설장구 대합주’ 무대가 예정됐다.

2015 LDP Last Project

올해 창단 15주년을 맞은 LDP무용단은 한국 현대무용계 최고의 ‘블루칩’으로 통한다. 역동적인 움직임과 탄탄한 작품 구성으로 국내 현대무용단으로는 드물게 두터운 열성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오는 26~27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2015 LDP Last Project’는 LDP무용단이 2002년부터 작년까지 무대에 올린 작품을 선별해 한자리에 모았다.

무대를 악보로 설정해 소리를 몸짓으로 표현한 ‘Boulevard’,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동작을 다양한 춤으로 재해석한 ‘Thank you’, 권력이라는 주제를 무겁지 않게 풀어낸 ‘우리는 영웅을 믿지 않는다’ 등이 무대에 오른다. 신창호 전 대표가 안무를 맡아 호평받은 무용단의 대표작 ‘No Comment’, 김동규 대표가 춤을 짠 ‘Egoism’도 공연된다. 2만~3만5000원

시각예술로 묻는 신의 존재

독특한 조형작업으로 신의 존재를 보여주는 이색 전시회가 마련됐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다음달 3일까지 열리는 미술가 진기종 씨(34)의 개인전이다. 전시회 주제는 ‘무신론 보고서’. 배경 위에 모형을 설치해 하나의 장면을 연출한 ‘디오라마(Diorama)’를 비롯해 영상 설치, 조각, 회화 등 근작 20여점을 내걸었다. 작가의 상상을 유머 있게 표현한 작품도 있고, 신의 존재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도 있다.

설치 작품 ‘UFO의 공격을 받은 슈퍼신의 광장’은 외계 생명체를 부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상의 새로운 종교 ‘슈퍼신’의 광장에 미확인 비행물체(UFO)가 불시착하자 슈퍼신을 섬기는 사제와 외계인들이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담고 있다. ‘자유의 전사’라는 작품은 톨릭 신자인 미국 해군과 이슬람 군인의 모습을 함께 재현했다. 신문 위에 올려진 묵주를 묘사한 ‘묵주’ 시리즈, 손에 염주를 쥐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염주와 기도’ 등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진씨는 “토속이나 무속신앙을 제외한 여러 종교에서 지향하는 교리의 모순과 그 종교들이 현재까지 빚고 있는 갈등의 원인 등에 대해 무신론자 입장에서 질문하고 바라본 내용을 시각화했다”고 말했다. (02)2287-3500

김경갑/김보영/고재연/선한결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