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운용본부, 분리독립해 공화사 급물살 가능성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낙하산 반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부실 대응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공모에 지원하면서 그의 복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5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문 전 장관은 전날 마감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공모에 지원했다.

공모에는 울산과 제주지역의 다른 지방대 교수 2명을 포함해 총 지원자는 3명에 그쳤다.

지원자가 몰릴 것이란 애초 예상을 비켜가는 결과다.

문 전 장관은 1989년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위원·선임연구위원·수석이코노미스트 겸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 등을 거친 연금분야 전문가이다.

또 장관 출신으로 다른 지원자 2명에 비해 인지도도 높아 일단 유리한 고지에 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의 노후소득을 책임지는 것은 물론 현재 500조원이 넘는 거대 기금을 굴리는 금융시장의 '큰손'으로 군림하고 있다.

게다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비록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치기는 하지만, 인선과정에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문 전 장관이 청와대와 교감 속에 응모했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문 전 장관은 대선공약 후퇴 논란 와중에 기초연금 문제를 해결할 구원투수로 2013년 12월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이후 1년 9개월 동안 기초연금 시행, 기초생활보장 맞춤형 급여 도입, 4대 중증질환 지원 강화와 3대 비급여 개선, 담뱃값 인상 등의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다가 지난 5월 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초동 대응에 실패하고 우왕좌왕하다 지난 8월 4일 메르스 사태가 사실상 종식되자 전격 경질됐다.

문 전 장관은 경질 이후 자신의 '친정'인 KDI에서 1년 계약의 무보수 비상근직으로 재정·복지정책연구부 초빙연구위원으로 있다.

만약 문 전 장관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예상되는 인선절차를 통과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되면 경질된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다시 복지부로 돌아오는 셈이다.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되면 국민연금 제도와 기금운용 방식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문 전 장관은 복지부 장관 재임 시절 기금운용의 전문성과 수익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떼어내 별도의 독립된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경질되기 직전인 지난 7월에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 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기구화, 국민연금정책위원회 위상과 전문성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으며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를 밀어붙였다.

이에 따라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부임하면 기금운용개편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민단체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연금행동)은 성명을 내어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를 추진하기 위한 낙하산 이사장 선임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연금행동은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된 지 3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국민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 제도운영과 기금운용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개입 탓이 크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기금운용본부 공사화와 이를 위한 낙하산 인사를 강행한다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