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TV가 세계 최대인 북미 시장에서 월 매출 10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의 실적을 거두고 있다. 결정적인 도움을 준 업체가 역설적이게도 경쟁업체인 미국 TV시장 2위 비지오란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삼성 TV는 지난 3분기 북미 시장(미국 및 캐나다)에서 32.6%의 점유율로 확고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0월엔 월 매출이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넘어섰다. 2004년 9월 처음으로 월 매출 1억달러를 돌파한 지 11년 만에 10배로 성장한 것이다.

삼성의 뒤를 매섭게 추격하는 업체가 비지오다. 2002년 대만계 미국인인 윌리엄 왕 회장이 세운 비지오는 저가 제품을 앞세워 승승장구, 지난해 31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북미 시장 점유율은 3분기 기준 17.1%로 LG전자(13.2%)와 소니(9.0%)에 월등히 앞선다.

하지만 삼성은 비지오의 부상을 반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지오가 선전하면서 삼성 TV의 점유율은 더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비지오는 작년부터 미국에서 가장 비싼 광고인 미식축구 슈퍼볼 광고까지 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에 나섰다. 비지오 광고가 자주 나가며 전체 TV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게 삼성 측 분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니가 2000년대 후반 광고를 줄인 뒤 삼성만 외롭게 광고를 해왔는데, 최근 비지오가 나서 반갑다”며 “비지오는 저가 위주여서 프리미엄 제품을 파는 삼성과는 시장이 겹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북미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초고화질(UH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52.1%에 달한다. 다만 비지오의 부상은 중저가 제품까지 파는 LG전자 샤프 등엔 악재가 될 수 있다. LG전자는 지난 3분기 점유율 13.2%로 3위를 차지, 2위 비지오에 4%포인트가량 뒤진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