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세 명 중 두 명은 내년에 긴축경영을 할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위해 원가 절감은 물론 인력 구조조정과 신규 투자 축소도 마다하지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최근 희망퇴직을 잇달아 실시하는 등 이미 긴축경영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35개 기업 CEO를 대상으로 내년 경영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2.3%가 ‘긴축경영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이는 글로벌 경영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 조사(긴축경영 응답률 67.1%)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30.2%는 ‘현상유지를 하겠다’고 했으며 17.4%만이 ‘확대경영을 펴겠다’고 응답했다.
대기업 CEO 3명 중 2명 "내년 긴축경영"
‘내년에 긴축경영을 하겠다’고 답한 CEO를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CEO가 66.7%로 중소기업 CEO(45.8%)보다 훨씬 많았다. 긴축경영을 하겠다고 답한 CEO들은 구체적인 방법으로 전사적 원가 절감(42.4%)과 인력부문 경영합리화(24.7%), 신규 투자 축소(17.7%)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올해 10조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조선업계는 물론 삼성그룹 등 흑자를 내는 기업마저 최근 희망퇴직 등의 방법으로 사람을 줄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인식에 따른 것이란 풀이다. 두산인프라코어STX조선해양등은 갓 입사한 직원들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올릴 정도로 기업들의 위기의식은 팽배하다.

기업 CEO의 75.7%는 현재 경기 상황을 ‘장기형 불황’이라고 진단했다. 경기가 저점까지 추락했지만 조만간 회복하지 못하고 저점 상태가 장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는 CEO가 네 명 중 세 명에 이른다. 이런 인식을 반영해 CEO의 40.8%는 ‘국내 경기가 상당 기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2018년 이후에나 회복될 것’이라는 CEO도 21.5%였다. ‘내년에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CEO는 16.1%에 그쳤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이런 전망을 바탕으로 이번주 중 각각 ‘글로벌 전략회의’와 ‘법인장 회의’를 열어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