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와 결혼한 여자' 김유미 삼성 부사장…R&D 유리천장 뚫었다
30년 넘게 배터리 한길만 판 연구원이 삼성그룹 연구개발(R&D)분야 첫 여성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4일 발표된 삼성 임원 인사에서 김유미 삼성SDI 전무(57·사진)는 최고의 전지개발 전문가로 인정받아 부사장이 됐다. 삼성그룹 R&D분야에서 여성 부사장이 나오기는 처음이다.

김 부사장은 1983년 대덕연구단지 화학연구소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한 뒤 1996년 삼성으로 옮겼다. 원통형, 각형, 폴리머 전지 등 삼성SDI가 개발한 2차전지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미혼으로 사내에서는 ‘배터리와 결혼한 여자’로 불린다.

그는 “회사에서 2차전지를 미래수종사업으로 밀어준 덕분에 삼성SDI의 배터리가 세계 1등이 될 수 있었다”며 “내가 한 일은 아주 작은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날 부사장 29명, 전무 68명, 상무 197명 등 임원 294명을 승진시키는 2016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승진자 수(인사 적용연도 기준)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47명) 이후 가장 적다. 작년(353명)에 비해선 16.7%(59명) 줄었다. 이날 그룹 전체 임원 2700여명 중 400명 이상이 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상무로 승진한 사람이 197명에 그친 만큼 임원 수가 200명 이상 줄어들었을 것이란 추산이다.

김현석/남윤선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