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벤처기업 수가 처음으로 3만개를 돌파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벤처기업에 투자된 금액만 약 1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투자 규모(약 1조6000억원)와 맞먹는다. 전문가들은 창업이 활성화된 것은 창조경제 정책 성과와 무관치 않지만 창업 기업이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통해 신시장을 창출하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원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창업 열기가 확산되고 있는 건 의미있는 성과”라며 “기업이 창업 후 안정화되려면 통상 5~7년이 걸리는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다음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정책을 펼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제 세계는 하나의 단일 시장이고 창업 때부터 글로벌 시장을 보고 도전해야 한다”며 “핀테크,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서 신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조경제 정책 대부분이 초기 창업기업에 쏠려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영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지원 제도의 약 80%가 3년 미만 기업에 집중돼 있고 대다수 지원 프로그램이 교복을 입은 것처럼 똑같다”며 “비즈니스는 마라톤 같은 장기 레이스인데 뛰려는 선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완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창업 생태계가 균형을 갖출 수 있도록 벤처 투자금의 회수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창업 후 기업공개(IPO)까지 평균 14년 정도 걸린다”며 “인수합병(M&A), 지식재산권 거래 등을 통해 중간에라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벤처산업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