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 3000억 줄었지만…여야, 지역예산 챙기기 극성
3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새해 예산안은 전체적으로 3000억원이 순감액됐지만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대폭 늘어났다. 국토교통부 사업 중 증액된 부문은 총 169건으로 대부분 지역 민원성 도로·철도 등 SOC 예산이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해 여야 의원들이 지역 예산을 경쟁적으로 챙겨 어느 해보다 SOC 증액 규모가 컸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지역민들에게 생색낼 수 있는 5억~10억원짜리 ‘끼워 넣기식’ 민원 예산이 많았다. 여야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5600억원)과 호남(1200억원) 예산이 막판에 늘어났다.

호남 지역 증액, TK의 3분의 2

TK 지역 예산 중 증액이 가장 많은 분야도 역시 SOC였다. 이 가운데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을 책임지는 이병석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새누리당)의 지역구인 포항 지역 SOC 사업으로 총 400억원이 증액됐다. 울산~포항 복선전철 사업비는 당초 정부안에는 3639억원이 반영돼 있었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300억원이 늘었다. 포항영일만신항인입철도 사업도 100억원이 늘어났다. 이 밖에 100억원 이상 증액된 TK 지역 대형 사업으로는 정희수·강길부 새누리당 의원 지역구인 영천~언양고속도로 건설(175억원),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 지역구인 이천~문경 철도 건설(400억원) 등이었다. 호남에선 호남고속철도 건설(250억원), 보성~임성리철도 건설(이윤석·김승남 새정치민주연합의원 지역구, 250억원), 군장산단인입철도 건설(100억원) 등이 많이 늘어났다. 호남 지역 SOC 증액 규모는 TK 지역의 3분의 2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예산안 처리 직후 야당 의원들 사이에선 ‘호남 증액폭이 TK보다 지나치게 작은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친박 실세 증액 ‘수두룩’

이번에도 정권 실세들의 지역 예산은 5억~20억원 규모로 수두룩하게 늘어났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용수공급시설사업으로 20억원을 신규 배정받았고, 경산4산단진입도로사업도 9억원을 증액받았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고로~우보 국도건설로 6억원을 신규 배정받았다.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에서 지역민들에게 ‘예산폭탄’을 장담했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순천시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7억6000만원) ‘순천경찰서 해룡파출소 신축’(6억9000만원) ‘순천아랫장 환경개선사업’(5억원) 등을 땄다. ‘순천대 시설 설비보수 사업’(정부안 16억900만원)과 ‘순천 뿌리기술지원센터 사업’(14억5400만원) 등은 당초 정부안보다 10억원씩 증액시켜 실세 파워를 과시했다.

여야 지도부도 ‘한몫’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부산 국제보트쇼 개최 사업으로 2억원을 신청했는데 3억원이 증액됐고, 부산항축제 지원 2억원, 부산항 신항 항만근로자 복지관 건립 4억원을 추가로 따냈다.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영도 해양낚시 복합타운 조성 예산으로도 1억원을 신규 배정받았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역구인 경기 평택에 정부안에 없던 파출소 두 곳 신축 예산으로 7억6700만원을 유치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지역구인 대구 달서구에 월배지구대 리모델링 사업비로 3억5900만원을 새로 따냈다. 김재경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지역구인 진주의 국립진주박물관 운영에 5억원을 증액했다.

야당 지도부도 당론으로 추진했던 각종 복지 예산은 크게 늘리지 못한 대신 지역구 SOC 예산을 늘리며 실속을 챙겼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역구 사업인 부산사상~하단 도시철도 건설 사업 예산으로 150억원을 증액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지역구인 경기 안양의 ‘석수역 주변 하수관로 정비 및 하수박스 설치 사업’으로 10억원을 추가 배정받았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