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은 인수합병(M&A)으로 큰 그룹이다. 한양화학(1982년), 한화유통(1986년), 대한생명(2002년), 삼성그룹 석유화학·방위산업부문 4개사(2014년) 등을 인수해 재계 10위권 그룹으로 성장했다. 이 때문에 한화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엔 굵직한 M&A 경험이 있는 임원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재계에서는 “한화 CFO는 M&A의 연금술사”라는 얘기가 나온다.

◆상당수가 M&A 경험

김성일 (주)한화 재경본부장(전무)은 1983년 한양화학 경리팀에 입사해 석유화학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뒤 2001년 그룹 경영기획실 운영·재무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 대한생명 M&A 실무를 담당했다. 2014년 말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주)한화 CFO를 맡아 삼성과의 석유화학·방산부문 빅딜과 관련해 인수자금 조달 및 인수후통합(PMI) 전략 등을 짰다.
[대한민국 CFO 리포트] 한화 CFO는 'M&A 연금술사'…태양광·보험 등 사업 확장 주도
서정표 한화큐셀 CFO(상무)는 2011년부터 한화솔라원 중국법인 재경담당을 맡아 2012년 독일 큐셀 인수작업을 주도했다. 지난 2월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 통합 과정에서 한화큐셀의 CFO를 맡아 PMI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재무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겼다.

한화큐셀 모회사인 한화케미칼(지분율 93%)의 유영인 재경부문담당(상무)도 2009년부터 한화케미칼 CFO를 맡아 한화큐셀 인수작업에 관여했다. 유상무는 작년 말 발표된 삼성토탈(현 한화토탈),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종합화학) M&A도 챙겼다. 홍원석 한화갤러리아 전략기획실장(상무)은 지난 7월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등 이 회사가 사업자로 선정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CFO 출신 최고경영자(CEO)도 많다. 주요 계열사 대표 중에는 한권태 한화역사 대표가 (주)한화 CFO 출신이다. 여승주 한화투자증권 대표 내정자도 2012년부터 그룹 경영기획실 전략팀장(CFO)을 맡아 그룹의 주요 M&A를 주도했다.

◆한화서 잔뼈 굵은 ‘믿을맨’들

한화는 인재를 그룹 외부에서 수혈하는 데 익숙하다. CEO 중에는 김철교 한화테크윈 사장과 남성우 한화큐셀 대표가 삼성그룹 출신이다.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과 강신우 자산운용 대표도 자본시장에서 다양한 회사를 거쳤다. 박윤식 한화손해보험 사장은 동부화재 등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CFO만큼은 순혈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주)한화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등 주요 계열사 CFO는 한화에서만 직장생활을 한 ‘한화맨’들이다. 유영인 상무와 홍원석 실장은 각각 1986년과 1988년에 한양화학(현 한화케미칼)과 한화갤러리아에 입사해 29년과 27년을 이곳에서만 근무하고 있다. 박병열 한화건설 경영전략본부장(전무)은 2002년 한화건설 재경팀장을 맡은 뒤 13년간 이 회사에서 재무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다른 회사를 M&A할 때도 재무는 한화 출신이 맡는다. 김영한 한화테크윈 재무실장(전무)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 실장은 2013년부터 한화L&C CFO를 맡다가 지난 7월 한화테크윈이 출범하면서 이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한화가 1982년 인수한 한양화학이 ‘CFO 사관학교’ 역할을 맡고 있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지금은 한화케미칼로 바뀐 한양화학은 김승연 한화 회장이 1981년 회장으로 취임한 뒤 처음 인수한 회사다. 그만큼 이 회사 출신 인재에 대한 김 회장의 애정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일 본부장(1983년 입사), 유영인 상무(1986년), 서정표 CFO(1991년) 등이 한양화학 출신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