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면세점 VIP룸.
롯데 면세점 VIP룸.
한국 면세점 시장은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편의성, 서비스 등을 제공해 경쟁력을 얻고 있다. 먼저 시내 중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나며 서비스, 제품 등에서 차별화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류 스타와 결합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강점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왕’이라는 한국적 서비스 정신으로 다른 나라 면세점에선 찾아보기 힘든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명품에서 한국 중소기업 화장품까지 제품이 다양한 것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면세점을 선호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진품만 파는 시내면세점

믿을수 있는 상품, 최고 서비스, 편리한 교통, 한류스타…한국 면세점, 미국·중국·일본 제치고 세계 1위된 경쟁력의 원천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 특히 서울은 시내면세점이 활성화돼 있는 곳이다. 전 세계적으로 시내면세점은 흔하지 않은 면세점 유형이다. 한국 외에는 중국, 대만, 일본, 태국, 미국 괌 등에 시내면세점이 있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고 대부분 공항면세점과 사후면세점 중심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에는 시내면세점이 없다. 면세점 관계자는 “한국 면세점은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과도 가까운 곳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며 “해외에 있는 시내면세점은 낙후된 시설에서 토속제품을 판매하는 사후면세점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국내외 명품 및 선호 브랜드를 두루 갖추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인기가 높은 한국 화장품 브랜드뿐 아니라 명품, 보석, 패션잡화 등 다양한 브랜드를 한 곳에서 쇼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내면세점이 있는 대만, 중국, 태국의 경우에도 ‘3대 명품’으로 불리는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매장을 모두 갖춘 점포는 없지만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 등에서는 한 번에 쇼핑을 할 수 있다. 이 같은 브랜드 경쟁력은 한국 면세점에선 진품을 판다는 믿음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면세점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특히 한국 면세점을 선호하는 것은 진품을 판매한다고 있다는 믿음을 주기 때문”이라며 “한국 면세점 쇼핑봉투는 진품을 상징하는 의미로 받아들여 쇼핑봉투를 추가로 더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 제공

서비스도 강점이다. 롯데면세점은 멤버십 회원 제도를 통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멤버십 회원 수는 300만명이 넘는다. 등급에 따라 할인을 비롯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제품 정보 및 프로모션 이벤트 DM, 잡지 등을 발송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최상위 VIP 멤버들을 위한 특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꾸준한 고객 관리를 실천해 나가고 있다”며 “멤버십 회원은 비회원에 비해 구매력 10배 정도 높아 매출에도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한 통역직원도 매장 곳곳에 배치했으며 기본적으로 안내데스크 및 매장 직원들은 업무에 필요한 정도의 외국어 능력을 갖춘 직원들을 선발해 배치했다.

신라면세점은 중국 고객의 편리한 쇼핑을 위해 중국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총 12명의 전문 통역 인력이 상주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중국인을 배려해 서울점에 택시를 타고 방문하는 고객들 대상으로 택시비 지원 서비스를 진행하고, 구매금액별로 한국여행 필수품으로 구성된 신라의 창유예포를 증정한다.

창유예포에는 서울 대중교통 필수품 티머니 교통카드, 무료 와이파이 이용권, N타워 입장권, 셀카봉, 최대 30만원 선불카드 등이 포함된다. 한국의 주요 여행지인 명동, 동대문 등을 순환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해 쇼핑 후에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서울 곳곳을 여행할 수 있다.

면세점을 관광자원으로 개발

한국 면세점은 쇼핑 자체뿐 아니라 이와 연계된 볼거리까지 제공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업계 최초로 한류스타마케팅을 도입했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총 22차례 진행한 롯데면세점 패밀리콘서트는 이미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진 한류스타 콘서트다. 지난해부터는 외국인 전용 콘서트도 시작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콘서트를 통해 직접 유치한 외국인 관광객이 10만여명을 넘는다”며 “한류스타가 롯데면세점 모델로 활동하며 전 세계의 고객들이 한국을 방문하도록 하는데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라면세점은 동방신기, 이종석 등 한류 스타들의 팬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높은 중국 관광객 의존 탈피해야

세계 1위 한국 면세점이지만 취약점도 보인다. 그중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국내 최대 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 구매액이 매출의 70%를 차지할 정도다. 이 때문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갑작스러운 외부충격이 왔을 때 받는 영향도 크다.

이에 면세점들은 중국 외 국가의 관광객 발굴을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2013년부터 중국 일본 러시아는 물론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대만 등에서 롯데호텔 롯데월드어드벤처와 공동 또는 단독으로 17차례 해외 로드쇼를 진행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 현지 사무소를 기반으로 로드쇼를 열고, 현지 여행사와의 신뢰 관계를 쌓아가고 있다”며 “내년 초 태국 방콕에 시내면세점을 열고 한국 알리기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라면세점은 일본 소비자 공략을 위해 신라면세점 모델인 동방신기, 샤이니 등을 활용한 한류스타 팬미팅 프로그램 등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7월 신규 특허를 취득하면서 이슬람 관광객을 포용할 수 있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양창훈 HDC신라면세점 공동대표는 “중동 외에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까지 잠재된 이슬람 관광객을 모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한국 이슬람의 성지인 용산구 한남동의 이슬람 사원을 중심으로 호텔신라의 할랄푸드를 제공하고 강원 지역의 설원 관광 상품 등 지방관광 연계 마케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