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자주포조차 핵심 부품은 외국산
방위산업 수출이 위기에 처한 것은 방산비리 수사가 1년 넘게 진행되면서 한국 방산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데다 해외 마케팅 활동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군용기와 잠수함, 수상함, 탄약 등 특정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기술경쟁력이 선진 방산기업의 86%에 머무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한국 국방과학기술 수준(2014년 기준)은 스웨덴과 함께 세계 10위지만 핵심 부품 개발 역량에서는 이보다 훨씬 뒤처진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손꼽는 명품 무기인 K9 자주포의 엔진은 독일 MTU에서 생산한 것이고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는 관성항법장치는 미국 하니웰 제품이다. K55 자주포와 K1A2 전차 등도 마찬가지다. T-50 고등훈련기와 FA-50 경공격기의 전술항법장치는 록웰 콜린스가 공급한다. 주요 항전장비가 외국산이다 보니 T-50의 국산화율은 61%에 불과하다.

검증된 해외 부품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해 무기체계 부품의 국산화율은 2013년 67.9%로 2010년(69.3%)보다 1.4%포인트 떨어졌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의 무기 수입액은 세계 9위, 수출액은 15위다.

김미정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방산 수출 기반을 강화하려면 능동형 위상배열(AESA) 레이더처럼 기술이전승인(EL)을 받기 어렵거나 여러 무기에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핵심 부품은 사업 초기부터 국제공동개발, 기술협력개발, 독자개발 등 다양한 획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번 개발하면 같은 무기를 성능 개량 없이 장기간 생산하는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신무기 개발 뒤 단계별로 소량을 생산하면서 결함을 보완하고 소프트웨어도 개선하는 ‘진화적 개발방식’을 적극 채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한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