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으로 매각이 결정된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문 여수사업장 직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매각 반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앞서 삼성정밀화학이 노사 공동의 비대위를 구성하는 등 매각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대비된다.

일각에서는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문 역시 적정한 수준의 위로금 지급이 결정될 경우 매각 반대 입장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삼성SDI 등에 따르면 여수사업장 직원들은 이날 비대위 출범식을 갖고 매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여수사업장 비대위는 앞으로 꾸려질 의왕사업장 비대위와 협의해 통합 비대위를 구성하고 매각 철회를 위한 공동 투쟁을 벌여 나가기로 했다.

비대위 내부에서는 향후 투쟁 노선을 놓고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으로 매각된 삼성종합화학이나 삼성테크윈 처럼 강경노선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회사측과 협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비대위 투쟁 방향과 관련해 삼성종합화학이나 삼성테크윈을 반면교사 삼아 '강공' 보다는 '협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테크윈의 경우 지난 6월 사명 변경 등의 안건이 올라간 주주총회와 창원 제2사업장 출입 방해를 이유로 삼성테크윈지회 조합원 62명을 대량 징계했다.

함께 매각이 결정된 삼성정밀화학의 노사 공동 선언도 삼성SDI 비대위 측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정밀화학 노사는 지난 3일 공동으로 비대위를 구성하고 고용과 처우에 대한 명확한 보장, 적극적 투자 확대와 지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회사 방문 등 5가지 요구사항을 내놓았다.

이에 롯데케미칼 역시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화답했다.

특히 롯데 측은 삼성SDI케미칼부문과 삼성정밀화학 등과 함께 2020년까지 '글로벌 톱10 종합화학회사'가 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업계에선 삼성SDI가 미래 신수종사업인 배터리 위주로 변신해가는 상황에서 '서자'로 남기보다는 화학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약속한 롯데로 소속을 변경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건은 위로금이다.

현재 삼성SDI 비대위나 사측 모두 위로금을 입밖에 내지 않고 있지만 비대위 역시 매각 반대를 무조건 고집하기 보다는 이를 통해 위로금 수준을 높이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사측은 비대위 측에서 위로금을 협상 의제로 올리면 본격적으로 검토해 본다는 입장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경영진들은 케미칼사업부문 직원들의 상실감에 공감하면서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며 "비대위 구성원들과 흉금을 털어놓고 최대한 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