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중견기업간담회에서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왼쪽 두번째)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강 회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정현 새누리당 중소기업·소상공인특별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3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중견기업간담회에서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왼쪽 두번째)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강 회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정현 새누리당 중소기업·소상공인특별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중견기업 애로를 얘기하려니) 갑자기 목이 메입니다.”

[중견기업인들의 호소] "중견기업은 서자…주무부처 중기청서 산업부로 바꿔달라"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중소기업·소상공인 특별위원회의 ‘중견기업 간담회’. 기업인을 대표해 인사말을 하던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 회장의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지자 간담회장엔 잠시 침묵이 흘렀다. 1999년 부도난 자동차 차체 제조업체를 인수해 매출 1조원대의 신영그룹을 일군 강 회장의 머리 속엔 그동안의 산전수전(山戰水戰)이 스쳐가는 듯했다.

이날 강 회장과 함께 간담회에 참석한 10명의 중견기업인은 이구동성으로 “어렵게 기업을 키워 일자리를 만들었더니 돌아온 건 차별과 서자(庶子) 취급이었다”며 중견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이들은 △단조, 금형 등 ‘뿌리산업’ 중견기업 관련 제도 개선 △중견기업 지원 관련 법률 개정안 조속 처리 △중소·중견기업 성장 친화적 법령 정비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中企 졸업’하면 지원 ‘뚝’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여기 모인 기업인들은 모두 바보”라며 “중견그룹을 중소기업 몇 개로 쪼개면 세제지원, 인력 부족, 중소기업 적합업종 같은 고민을 안 해도 되지만 사명감 하나로 버티면서 기업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젊은이들을 많이 채용하고 있는 중견기업이 각종 규제에 지쳐 넘어지기 전에 거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은 적합업종 문제를 지적했다. 장류(醬類) 전문업체인 샘표는 장류가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자 군부대와 공공기관에 납품이 안 돼 사업확장이 어려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해외 진출은 꿈도 못 꾸고 매년 연구개발(R&D)을 위해 매출의 5%를 투자하지만 힘이 빠진다는 게 그의 얘기다. 박 사장은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이 중소기업 제품보다 확실히 품질이 좋은데 (소비자 입장에서도) 안타깝다”고 했다.

중견기업인들은 R&D 지원체계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태경 루멘스 회장은 “중소기업을 벗어났더니 중기 시절 받던 수많은 혜택이 갑자기 사라졌다”며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하고 싶은데 정부 지원사업에서 중견기업은 뒷전”이라고 하소연했다. 박충열 동성그룹 대표는 “주조, 단조 등 뿌리산업 중견기업의 인력난 완화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 고용 허용과 뿌리전문기업 지정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견기업인들의 호소] "중견기업은 서자…주무부처 중기청서 산업부로 바꿔달라"
○“중견기업 법령 조속히 처리해야”

중견기업 지원 부처를 중소기업청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바꿔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최진식 심팩(SIMPAC) 회장은 “중기청은 중소기업을 돌봐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부처 안에서 이해충돌이 일어난다”며 “중견기업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산업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중견기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재희 이화다이아몬드 대표는 “학생들에게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을 많이 알리는 게 반기업적 정서를 막는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일반 시민에게도 중견기업 등 기업의 역할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2년 전 중견기업특별법을 제정했지만, 아직도 중견기업인의 성장발목을 잡는 규제가 적지 않다”며 “국회에 2년째 계류 중인 중견기업 관련법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등 정부 참석자들에게 “뭘 하려면 이게 걸리고, 저게 걸리고 하는 동안에 중견기업들은 숨 넘어간다”며 “빨리 살펴보고 답을 가져오라”고 촉구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