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이나 사업재편 과정에서 발목을 잡는 것은 대기업 노동조합만이 아니다. 금융회사 노조도 인수합병(M&A)을 어렵게 하거나 지연시키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KDB대우증권 노동조합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매각을 결정한 이후 실력 행사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 노조는 최근 한국투자증권 노동조합 등과 긴급 회동을 하고 한국투자증권의 대우증권 인수전 참여에 반대하는 연대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대우증권 노조는 “한국투자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이 입찰에 참여함으로써 대우증권 노조원뿐만 아니라 입찰에 참여하는 증권사 노조원도 대규모 구조조정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주장하며 연대투쟁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는 민주노총 소속인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노조도 참여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노조가 인수전에서 어떤 회사는 되고 어떤 회사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대우증권 노조의 밥그릇 지키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에선 외환은행 노조가 하나은행과의 통합을 지연시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합병에 따른 시너지 창출을 어렵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2010년 11월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맺은 뒤 ‘외환은행 독립경영’을 주장, ‘5년 독립경영’을 관철시켰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7월 외환은행과 합병작업을 시작하자 외환은행 노조는 합병반대 결의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하고 법원에 통합절차 중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이 지난 2월4월 이를 받아들이고 6월26일 가처분신청을 기각하기까지 4개월 이상 통합작업이 중단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두 은행이 지난 9월1일자로 통합돼 KEB하나은행이 출범했지만, 외환은행 노조가 하나은행 노조와의 통합을 거부하고 있어 합병에 따른 시너지를 언제 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