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 문제·송전선로 건설 등 난제도 수두룩

29일 여덟번째 반도체의 날을 맞았다.

반도체의 날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최초로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한 1994년 10월29일을 기억하고자 2008년 처음 제정한 민간 기념일이다.

반도체협회는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반도체의 날 행사를 한다.

반도체는 수출 경제를 이끄는 간판 품목이다.

올해도 9월까지 반도체 수출액은 약 470억달러로 전체 수출 품목 가운데 최고액을 기록 중이다.

반도체는 1990년 처음 수출 비중 1위에 올랐고 지난해에도 10.90%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2000년에는 역대 최고인 15.10%의 수출 비중을 점한 적도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올해 3분기 3조6천600억원의 영업이익과 12조8천200억원의 매출을 올려 둘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삼성 반도체 사업은 5년 만에 영업이익 최고기록을 다시 썼다.

반도체의 날에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이 발표됐는데 반도체 부문이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린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 클럽을 달성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그림자 속에서도 반도체 코리아는 굳건한 위상을 지키고 있다.

◇ 반도체 코리아의 발자취 = 한국 반도체의 역사는 1960년대 후반 당시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소장을 지낸 정만영 박사가 반도체 개념을 도입해오면서 시작됐다.

초기엔 반도체를 가르치는 곳이 없었는데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개원하면서 김충기 교수가 반도체 공정 설비를 놓고 학생들을 길렀다.

김 교수 제자 중에는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도 있다.

초기에는 선진국으로부터 패키징 수주를 받아 반도체를 조립·납품하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반도체업 종사자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반도체는 '인공 금(金)'으로 불렸다.

30여년 전 매일 아침 읊어대던 10가지 '반도체인의 신조'는 지금도 유명하다.

1번 항목은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이다.

1974년 한국반도체㈜가 설립되면서 반도체 회로를 만드는 전공정이 시작됐다.

1983년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2.8동경선언'을 통해 삼성의 본격적인 반도체 사업 진출이 시작된다.

삼성은 세계 3번째로 64K D램을 개발했다.

우리도 반도체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사건이었다.

한국 반도체는 선진국과 10년 넘게 차이나던 기술격차를 단숨에 3~4년으로 단축시켰다.

1992년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을 개발했고 그해 삼성은 D램 시장 세계 1위에 올랐다.

삼성은 2002년 낸드플래시에서도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구성된 반도체 코리아 연합군은 D램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로 1, 2위를 달리고 있다.

◇ 반도체가 주목하는 '세상의 모든 사물' =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고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저장·분석·판단하는 사물인터넷(IoT).
IT전자업계의 대표적인 미래 먹을거리인 IoT 시장은 반도체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삼성, 애플, 화웨이, 모토로라, 소니 등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업체들이 너나할것 없이 뛰어든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
스마트워치를 놓고 펼쳐지는 국경없는 전쟁에서도 핵심 경쟁력은 반도체 칩인 모바일 프로세서의 성능에 달린 것으로 업계에서는 평가한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붐도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페이스북, 유튜브, 카카오톡 등 SNS 유통망을 흘러다니는 정보는 모두 데이터센터에 저장된다.

데이터센터를 채우는 서버는 저장장치의 덩어리다.

고속의 네트워크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서버를 만드는 반도체의 힘이다.

최근에는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로 구성된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가 급속도로 세를 넓혀가고 있다.

◇ 반도체 산업의 난제 = 반도체 코리아는 수출 한국의 기적으로 통하지만 심각한 난제도 안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직업병 문제다.

삼성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보상 문제는 8년 넘는 시간을 끌어왔다.

최근 보상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 30여명에 대한 보상이 일차적으로 완료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일부 단체에서는 반도체 사업장의 안전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근무환경과 질병의 명확한 인과관계는 아직 규명된 적이 없지만 일부 교육현장에서는 반도체 사업장이 위험하니 학생들에게 취업하지 말라고 유도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 라인 투자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삼성이 세계 최대 규모 라인으로 추진하는 평택 반도체단지는 지자체간 갈등으로 필수 인프라인 송전선로 건설에 애를 먹고 있다.

아울러 반도체 라인에 공급되는 가스 제조업체 사업을 지역주민들이 반대하기도 한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반도체 산업의 중장기 로드맵을 원활히 그리기 위해서는 대승적인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반도체 산업의 수출 기여도

┌────────┬────────┬─────────────────┐
│ 년도 │ 한국 │ 한국 │
│ │ 수출 │ 반도체수출 │
│ ├────────┼────────┬────────┤
│ │ (백만$) │ (백만$) │ 한국 │
│ │ │ │ 수출 │
│ ├────────┤ ├────────┤
│ │ │ │ 기여도 │
├────────┼────────┼────────┼────────┤
│ 1977 │ 10,046│ 298│ 3.00%│
├────────┼────────┼────────┼────────┤
│ 1978 │ 12,711│ 330│ 2.60%│
├────────┼────────┼────────┼────────┤
│ 1979 │ 15,055│ 426│ 2.80%│
├────────┼────────┼────────┼────────┤
│ 1980 │ 17,505│ 434│ 2.50%│
├────────┼────────┼────────┼────────┤
│ 1981 │ 21,254│ 448│ 2.10%│
├────────┼────────┼────────┼────────┤
│ 1982 │ 21,853│ 594│ 2.70%│
├────────┼────────┼────────┼────────┤
│ 1983 │ 24,445│ 802│ 3.30%│
├────────┼────────┼────────┼────────┤
│ 1984 │ 29,245│ 1,251│ 4.30%│
├────────┼────────┼────────┼────────┤
│ 1985 │ 30,283│ 965│ 3.20%│
├────────┼────────┼────────┼────────┤
│ 1986 │ 34,714│ 1,397│ 4.00%│
├────────┼────────┼────────┼────────┤
│ 1987 │ 47,281│ 2,076│ 4.40%│
├────────┼────────┼────────┼────────┤
│ 1988 │ 60,696│ 3,180│ 5.20%│
├────────┼────────┼────────┼────────┤
│ 1989 │ 62,377│ 4,025│ 6.50%│
├────────┼────────┼────────┼────────┤
│ 1990 │ 65,016│ 4,541│ 7.00%│
├────────┼────────┼────────┼────────┤
│ 1991 │ 71,870│ 5,660│ 7.90%│
├────────┼────────┼────────┼────────┤
│ 1992 │ 76,632│ 6,804│ 8.90%│
├────────┼────────┼────────┼────────┤
│ 1993 │ 82,236│ 7,026│ 8.50%│
├────────┼────────┼────────┼────────┤
│ 1994 │ 96,013│ 10,636│ 11.10%│
├────────┼────────┼────────┼────────┤
│ 1995 │ 125,058│ 17,695│ 14.10%│
├────────┼────────┼────────┼────────┤
│ 1996 │ 129,715│ 15,237│ 11.70%│
├────────┼────────┼────────┼────────┤
│ 1997 │ 136,164│ 17,162│ 12.60%│
├────────┼────────┼────────┼────────┤
│ 1998 │ 132,313│ 17,008│ 12.90%│
├────────┼────────┼────────┼────────┤
│ 1999 │ 143,685│ 18,850│ 13.10%│
├────────┼────────┼────────┼────────┤
│ 2000 │ 172,268│ 26,006│ 15.10%│
├────────┼────────┼────────┼────────┤
│ 2001 │ 150,439│ 14,259│ 9.50%│
├────────┼────────┼────────┼────────┤
│ 2002 │ 162,471│ 16,631│ 10.20%│
├────────┼────────┼────────┼────────┤
│ 2003 │ 193,817│ 19,535│ 10.10%│
├────────┼────────┼────────┼────────┤
│ 2004 │ 253,845│ 26,516│ 10.40%│
├────────┼────────┼────────┼────────┤
│ 2005 │ 284,419│ 29,986│ 10.50%│
├────────┼────────┼────────┼────────┤
│ 2006 │ 325,465│ 37,360│ 11.50%│
├────────┼────────┼────────┼────────┤
│ 2007 │ 371,489│ 39,045│ 10.50%│
├────────┼────────┼────────┼────────┤
│ 2008 │ 422,007│ 32,793│ 7.80%│
├────────┼────────┼────────┼────────┤
│ 2009 │ 363,534│ 31,042│ 8.50%│
├────────┼────────┼────────┼────────┤
│ 2010 │ 466,384│ 50,707│ 10.90%│
├────────┼────────┼────────┼────────┤
│ 2011 │ 555,214│ 50,146│ 9.00%│
├────────┼────────┼────────┼────────┤
│ 2012 │ 547,870│ 50,430│ 9.20%│
├────────┼────────┼────────┼────────┤
│ 2013 │ 559,632│ 57,143│ 10.20%│
├────────┼────────┼────────┼────────┤
│ 2014 │ 572,664│ 62,647│ 10.90%│
└────────┴────────┴────────┴────────┘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