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올해 내내 LG전자 스마트폰의 발목을 잡은 이슈였다. 스마트폰 시장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애플은 자체 AP 설계 역량을 갖추고 있다. 반면 3위권인 LG전자는 퀄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즉, 퀄컴 AP 성능에 문제가 생기면 LG전자 스마트폰사업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LG전자가 모바일 AP 시장 진출을 위해 힘을 쏟고 있는 인텔과 손을 잡게 된 이유다.
LG, 자체 AP 기술로 경쟁력 확보…인텔, 모바일 AP 사업 확대 '윈윈'
○올해 내내 ‘AP 발열’ 논란

LG전자는 올초 내놓은 ‘G플렉스2’에 퀄컴의 최신 AP ‘스냅드래곤 810’을 썼다가 발열 논란에 휩싸였다. 조금만 사용해도 스마트폰이 뜨거워진다는 것이었다. 이후 내놓은 G4와 V10엔 한 단계 낮은 ‘스냅드래곤 808’을 적용했지만 “발열을 피하려고 프리미엄폰에 값싼 AP를 썼다”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사실 발열은 AP 자체보다는 스마트폰을 어떻게 최적화하느냐의 문제이고, 스냅드래곤 810과 808은 일부 부가기능을 제외하면 같은 성능의 AP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소비자들에게 먹혀들지 않았다.

LG도 다른 AP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퀄컴을 제외하면 고급 AP를 개발해 파는 곳은 삼성전자밖에 없다. 전자업계 라이벌인 삼성 제품을 쓰지 않는 이상 퀄컴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던 것이다.

인텔 역시 LG전자와 같은 파트너가 필요하긴 마찬가지였다. 인텔은 그간 여러 번 모바일 AP 시장을 노크했지만 중국의 몇몇 휴대폰에만 적용됐을 뿐 프리미엄 폰에는 쓰이지 못했다. “성능은 좋으나 전력이 많이 든다”는 지적을 받았다. LG전자를 통해 스마트폰 관련 노하우를 익혀 본격적으로 AP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협업으로 역전 노린다

LG전자는 최근 인텔 외에 다양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구글과는 10년간 특허를 공유하기로 했으며, 구글의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가장 먼저 적용하는 넥서스폰 ‘넥서스5X’를 선보이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는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기술을 점점 내재화하고 있고, LG전자는 부족한 부분을 외부와의 협력을 통해 채우려 하고 있다”며 “시장에서 삼성, 애플에 뒤처진 LG가 역전을 위해서는 ‘우군’을 확보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