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실손의료보험료 최대 30% 오른다
금융당국이 18일 내놓은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은 보험회사를 옥죄는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가 모든 보험상품의 약관, 가격결정 구조를 촘촘히 규제하던 기존 방식 대신 보험료와 보장범위 등을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허용한다는 게 이 방안의 골자다. 보험업계에선 “보험산업의 판을 뒤흔들 방안”(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이란 평가가 나온다.

○보험 신상품 쏟아진다

금융당국은 우선 사실상 인가제로 운영하는 보험상품 사전신고제를 내년 4월부터 없애고 사후보고제로 바꾸기로 했다. 또 상품개발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직접 규율하는 표준약관을 없애기로 했다.

그동안 감독규정 등으로 정한 사전 설계기준도 삭제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현행 규정은 모든 보험사에 위험보장 면책기간을 암 90일, 치매 2년, 일상생활장애 90일로 상품을 설계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이에 따라 암 보험 가입 후 90일이 지난 뒤 발병해야 보험금을 주는 상품만 내놓고 있다. 앞으로 이런 기준이 없어지면 보험사들은 면책기간을 줄이되 보험료를 올린 상품을 선보일 수 있다. 보험료를 올리는 대신 암 보험 가입 후 90일 이내에 발병해도 보장해주는 상품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 경우도 가능하다.

또 고혈압, 당뇨병, 심근경색, 간경화, 뇌졸중 등 합병증 발병 위험이 큰 질병에 대해서도 면책기간을 두고 보장하는 보험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

사망보험금 설계기준도 삭제한다. 지금은 사망 시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보험금을 더 지급하는 상품은 일정 수준 이상의 보험료를 내야 하는데, 앞으로는 이런 기준을 없애기로 했다. 보험금을 덜 받는 대신 더 싸게 가입할 수 있는 사망보험도 등장할 전망이다.

장해 1급의 경우 장해 2급보다 두 배 이상 보험금을 받을 수 없도록 한 규정도 없어진다. 특약은 보장성보험으로만 개발하도록 의무화한 기준도 없앤다. 1인실 특약 등 다양한 특약 상품이 출시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보험료 인상 폭도 확대

금융당국은 보험료 산정 때 적용하는 위험률 조정한도도 폐지하기로 했다. 위험률은 보험료 원가에 영향을 주는 지표다. 보험사들은 사고가 많이 나는 보장항목일수록 위험률을 높게 정해 보험료를 더 받을 수 있는데, 지금은 3년마다 ±25%의 범위에서만 위험률을 조정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보험사들이 상시적으로 위험률을 올릴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보험사에 보험료를 올릴 수 있는 자율권을 부여해 다양한 가격대의 보험상품을 개발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다만 가입자가 많아 파급효과가 큰 실손의료보험은 2016년 ±30%, 2017년 ±35% 등 단계적으로 조정한도를 확대한 뒤 완전 폐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손해율이 높은 실손의료보험은 보험료가 급격하게 올라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새로운 위험보장 상품을 개발할 때 적용하는 위험률 안전할증 한도(현행 30%)도 단계적으로 확대한 뒤 2017년 폐지하기로 했다. 보험료가 비싼 대신 그동안 보장받지 못했던 각종 위험을 보장하는 새로운 상품이 나올 것으로 보험업계는 내다봤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