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살아나나…소비심리 석 달째 호전
내수경기를 재는 지표인 소비자심리지수가 3개월 연속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9월 소비자심리지수가 103으로 전월보다 1포인트 올랐다”고 25일 발표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가 직접 느끼는 경제상황이 어떤지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현재 소비심리가 그만큼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지난 5월 105까지 회복했던 소비자심리지수는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며 99로 급락했다가 메르스 확산세가 진정된 7월(100)부터 석 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소비자가 현재 경기를 어떻게 느끼는지 보여주는 현재경기판단지수는 73으로 기준치(100)보다 크게 낮았다.

지금 경기를 나쁘게 보는 소비자가 여전히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7월(63)과 8월(71)보다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경기 예측 지표인 향후경기전망지수도 전달(87)보다 1포인트 오른 88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3일 발표한 추가경정예산과 지난달 26일의 소비활성화 대책 등에 힘입어 소비가 빠르게 회복 중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추석 명절을 앞두고 지난달 14일부터 실시 중인 ‘코리아 그랜드 세일’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 증가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찮다. 아직 소비심리가 완전한 회복세에 접어든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25일부터 가을 세일에 들어갔다. 내수 촉진을 위해 작년보다 엿새가량 일정을 앞당겼다.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을 방문한 소비자들이 세일 품목에 포함된 의류를 고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25일부터 가을 세일에 들어갔다. 내수 촉진을 위해 작년보다 엿새가량 일정을 앞당겼다.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을 방문한 소비자들이 세일 품목에 포함된 의류를 고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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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소비회복 뚜렷”

기재부에 따르면 이달 7~20일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추석 직전 기간(8월18~31일)보다 16.3% 늘었다. 지난 6월 이후 줄곧 감소세였던 대형마트 매출도 1.1% 증가세로 돌아섰다. 추석 성수품과 선물용품이 특수를 맞으면서 농축산물 매장은 13.8%, 슈퍼마켓은 12.4%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골목상권에도 소비회복의 기운이 확산되고 있다고 기재부는 평가했다. 같은 기간 음식점(증가율 7.7%) 정육점(14.7%) 세탁소(35.4%) 매출이 지난해 추석 직전기간보다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급감했던 외국인 입국자 수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27일 단행된 개별소비세 인하도 심리회복에 효과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국산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0% 늘었고 주요 가전업체의 대형 TV 하루평균 판매량도 개별소비세 인하 이전보다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3%대 성장률 달성한다”

소비심리 회복은 올해 정부와 한국은행의 최대 과제 중 하나였다. 지난해엔 세월호 사고가 바닥 경기를 꺼뜨렸고 올해는 메르스 사태가 문제였다. 수출마저 좋지 않은 상황이라 정부는 내수 살리기에 집중했다. 한은은 지난 6월까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1.5%까지 내렸다. 저금리 등에 힘입어 부동산 경기가 먼저 꿈틀대기 시작했다. 저조했던 소비지표가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은 정부에 반가운 소식이다.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1%. 2%대에 불과할 것이라는 민간 전문가들의 비관론과는 격차가 크다. 내년에도 성장률이 3%를 웃돌 것이라는 정부의 ‘자신감’은 최근 소비심리 기조와 맞닿아 있다.

○“선순환 아직 멀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최근 지표 흐름은 소비 회복의 초기적인 현상”이라며 “본격적인 개선 추세가 나타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유가가 계속되면서 소비자 구매력이 올라간데다 메르스 사태도 잦아들어 경기회복의 여건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내수 회복 추세가 본격화한 것은 아니란 지적도 적지 않다. 송두한 NH농협금융지주 금융센터장은 “추석 명절을 앞둔 데다 연말로 갈수록 유통 부문의 매출은 늘어날 수 있다”며 “그렇다고 경기 전반의 추세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내수가 회복되려면 소비뿐만 아니라 투자가 정상화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수출뿐만 아니라 기업 부문의 경기는 현재 최악”이라며 “기업이 좋아져야 투자와 고용이 늘고 가계의 소비가 회복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도 “2분기 소비가 메르스 등으로 과도하게 위축됐던 여파가 있다”며 일시적인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유미/이승우/황정수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