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앞.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겸한 시위를 벌였다. 삼성이 3일 보상위원회를 구성해 피해자 가족과 합의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하자 이에 반대하기 위해 집회를 연 것이다. 이들은 “삼성이 피해자 가족의 동의 없이 보상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도체공장에서 얻은 직업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피해자 8명 중 6명의 가족은 삼성이 보상위원회를 조직한 것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명의 가족이 소속된 ‘반도체 직업병 가족대책위원회(가족위)’의 송창호 대표는 “보상을 미루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며 “빨리 보상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는 1년3개월간 끌어온 삼성과 피해자 가족 간 보상협상 중재안을 내놨다. 1000억원의 피해보상기금 조성과 재발 방지를 위한 사단법인 설립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 삼성은 사단법인 설립을 제외한 대부분 안을 수용했다. 하지만 반올림 측은 “사단법인을 반드시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삼성 측은 “조정위의 안에 따르면 사단법인 구성에 300억원까지 쓸 수 있는데 이는 결국 피해자에게 갈 보상액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며 “사단법인 구성에도 시간이 걸려 빠른 보상을 원하는 대부분 가족의 입장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반올림 측의 반대와 관계없이 다음주부터 피해자 가족의 보상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