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이 FTA 혜택 가장 컸다?…한·독 자동차 무역적자 3배 급증
한국이 미국 및 유럽연합(EU)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이후 이들 나라에 대한 자동차 수출보다 수입 증가세가 더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정치권 일각에서 FTA 덕분에 자동차에서 얻은 이익을 다른 산업에 나눠주라는 ‘FTA 무역이득공유제’를 주장하고 있어 자동차업계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대(對)독일 차 무역수지 악화

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EU FTA가 발효되기 직전인 2010년 독일산 자동차 수입 규모는 18억5209만달러였다. 2011년 7월 한·EU FTA 발효 이후 독일산 자동차 수입 규모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는 51억4621만달러까지 커졌다. 올 들어 7월까지 독일차 수입액은 34억4100만달러로, 이 추세가 지속되면 연간 수입액이 60억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한국산 자동차의 독일 수출은 같은 기간 5억4730만달러에서 지난해 14억1011만달러로 증가했다. 한국의 자동차 수출도 늘어나긴 했지만 독일산 자동차 수입이 더 크게 늘어나면서 같은 기간 무역수지 적자는 13억479만달러에서 37억3610만달러로 세 배 가까이로 커졌다.

2011년 7월 한·EU FTA 발효로 배기량 1500㏄ 초과 차량에 부과하던 EU산 수입차 관세율은 8%에서 순차적으로 낮아져 지난해 7월 0%가 됐다. 한국의 자동차 수출 관세율도 10%에서 0%로 내려갔다. 관세율로만 보면 한국이 더 큰 혜택을 봤지만 무역적자는 더 커진 것이다.

2010년 6.9%였던 내수시장 수입차 점유율은 지난해 13.9%로 올라갔다. 수입차 가운데 독일산 점유율은 80%에 육박한다.

업계 관계자는 “FTA로 자동차 수출이 늘어나긴 했지만 수입이 더 커지면서 내수시장을 뺏긴 만큼 FTA로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이익을 봤다고 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국산 수입차 10억弗 돌파 전망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도 크게 증가했다. 2012년 3월 한·미 FTA 발효로 수입 관세율이 8%에서 4%로 내려가면서 일본 완성차 업체들도 일본이 아닌 미국 생산 차량을 한국에 들여오고 있다.

2011년 3억8123만달러였던 미국산 차량 수입 규모는 지난해 9억7544만달러로 3년 새 2.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올해 7월까지는 7억1242만달러로 연간 첫 10억달러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미국에 대한 한국의 자동차 수출은 2011년 89억3722만달러에서 지난해 150억595만달러로 늘었다. 하지만 한국의 자동차 수출관세는 FTA 전후 2.5%로 똑같아 FTA 효과로 수출이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게 자동차업계의 설명이다.

한·미 자동차 수출입 관세는 내년 1월 완전 철폐될 예정이다. 미국산 수입차 관세율은 4%에서 0%로, 한국산 수출차 관세율은 2.5%에서 0%로 내려간다.

한·미 FTA 체결 당시 제기됐던 우려와 달리 미국산 곡물과 육류 수지 적자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의 곡물 무역수지는 2011년 17억3058만달러 적자에서 지난해 16억2938만달러 적자로 1억달러 이상 감소했다. 육류 무역수지도 같은 기간 13억2147만달러 적자에서 12억9752만달러 적자로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은 한·중 FTA 비준을 앞두고 무역이득공유제 도입(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다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이득공유제는 FTA로 혜택을 받는 기업들의 이익 일부를 농수산업 등 피해를 보는 다른 산업에 지원하는 제도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