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합병이 발표된 뒤 한 달 넘게 금융권에선 누가 국내 최대 은행의 초대 행장을 맡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후보군의 윤곽은 지난달 23일 드러났다. 존속법인인 외환은행이 이사회를 열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김병호 하나은행장, 김한조 외환은행장, 함영주 하나은행 부행장 등 4명을 등기이사로 선임하면서다. 하나금융 안팎에선 이들 가운데 한 명이 통합은행장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이때까지는 김병호, 김한조 두 행장 중 한 명이 낙점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총자산 약 347조원의 거대 은행을 이끌려면 행장을 지낸 경험이 필요하다는 논리에서였다. 김정태 회장도 그 무렵 “보편적인 상식 수준에서 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외환은행 노조가 기존 은행장을 선임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뒤 함 부행장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두 행장에 비해 인지도는 낮지만, 함 부행장이 소문난 영업통으로 초대 행장으로 제격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통합 작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 발 물러서 있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두 은행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도 있었다.

함 부행장의 부상과 함께 한때 금융권에선 김정태 회장이 통합은행장을 겸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돌았다. 이질적인 두 은행 간 화학적인 결합을 강력하게 추진할 사람은 결국 김 회장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김 회장의 겸임설이 확산되자 금융당국이 상황 파악에 나섰고 김 회장은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임하지 않을 것”이란 뜻을 금융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속한 상당수 사외이사는 지난 주말까지도 김 회장에게 “은행장을 겸임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회장은 “크게 보면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야 하고, 글로벌 전략도 챙겨야 하는 만큼 여력이 없다”며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임추위는 김 회장의 뜻을 받아들여 함 부행장을 만장일치로 초대 은행장 후보로 추천했고, 24일 오전 내정 사실을 통보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