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뒤덮는 '경제 비관론'
“주가 하락보다는 한국 경제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가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코스피지수가 1922선으로 추락한 19일 낮 12시20분께. 점심을 먹다가 지수를 확인한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동반 부진 속에 그 어느 때보다 산업혁신과 구조개혁이 절실한 상황인데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조짐이 안 보이자 주식시장도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0.86%(16.88포인트) 하락한 1939.38에 마감했다. 지난 1월26일(1935.68) 후 7개월 만의 최저치다. 장중엔 1915.91까지 2% 넘게 급락했다. 코스닥지수는 장중 6.81% 폭락하면서 투자자를 ‘패닉’ 상태에 빠뜨렸다. 최종적으로 29.25포인트(4.18%) 하락한 670.55에 마감한 코스닥시장은 상장사의 86.9%(956개)가 하락하는 ‘괴멸’ 양상을 보였다.

이달 들어서만 코스피지수는 4.47%, 코스닥지수는 7.54% 하락했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국내 기관들도 공격적으로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다음달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 때문만은 아니다. “투자할 만한 주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일선 펀드매니저들의 하소연이다. ‘제조업의 쌍두마차’격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가 중국 업체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이끌어낼 산업과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위안화의 잇단 평가절하가 유독 한국시장에 큰 충격을 몰고온 것도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허약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은 한국 경제에 드리운 암울한 전망을 걷어낼 계기를 찾아야 되살아날 것”이라며 “화장품·바이오주는 더 이상 대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동욱/윤정현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