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현지 판매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동차와 전기·전자 업체들의 판매 감소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중국 제조업의 질적 수준이 높아진 데 따른 결과라는 점에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뛰는 일본 기업…기는 한국 기업] 중국 진출 한국기업 '판매 급감'
10일 산업연구원(KIET)이 대한상공회의소 베이징사무소, 중국한국상회와 함께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226개사를 대상으로 2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종합 BSI는 71로 1분기(77)보다 6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BSI는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나쁘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 의미다. 부문별로는 현지판매 BSI가 1분기 81에서 2분기 66으로 크게 떨어졌다.

종합 BSI를 업종별로 보면 자동차(1분기 94→2분기 45)와 전기·전자(88→54) 지수가 급락했다. 현지 판매를 포함한 경기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반면 화학(103)과 유통업(100)은 BSI가 100 이상을 기록했다.

중국 진출 기업들의 경기가 나쁜 것은 자동차, 휴대폰, 석유화학 등 제조업 전(全) 분야에서 중국의 자급화 비율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어서란 분석이다. 중국 기업이 생산하는 스마트폰, 자동차 등과 한국 기업 제품이 질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없어지면서 중국 소비자들은 가격이 싼 중국산으로 점점 눈을 돌리고 있다고 KIET는 설명했다.

이로 인해 올 들어 7월20일까지 대(對)중국 자동차 수출은 44.0% 감소했고, 휴대폰 등 무선통신기기 수출도 11.9% 줄었다. 지난해 2분기까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줄곧 점유율 1위를 지켰던 삼성전자는 올 2분기 9%의 점유율을 기록해 5위로 밀려났다. 1위는 중국 스마트폰 생산업체인 샤오미가 차지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지난달 중국 현지 공장 출고량(5만4000대)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30% 넘게 감소했다. 현대차는 최근 싼타페와 투싼(현지명 ix35) 등 주력 제품의 현지 가격을 10%씩 인하하는 조치를 취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3분기 전망 BSI는 90으로 2분기 때(116)보다 크게 떨어졌다. 특히 영업환경 전망 지수가 88에서 69로 19포인트 하락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