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소비세 완화에 기대 나오지만 …명품·가전업계 '하반기 소비절벽' 우려도
명품 가방과 대형가전 등의 개별소비세 기준이 완화 내지 폐지되는데 발맞춰 제조업체들이 가격 인하폭 및 대상을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내년 초 가격 인하 전까지 구매를 미루는 ‘소비절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가방 시계 모피 귀금속 등에 20%의 개별소비세를 물리는 기준 가격을 현재 200만원에서 내년부터 500만원으로 상향하는 세제개편안을 지난 6일 발표했다. 200만~500만원 사이 제품이 우선 혜택을 받게 되고, 500만원 이상인 경우도 세금 부담이 60만원 줄어 소비가 늘 것으로 기대된다.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백화점과 양판점 등 유통매장에는 소비자들의 관련 문의가 적지 않았다. 이해원 롯데백화점 본점 건강파트리더는 “오늘부터 적용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전화한 고객이 많았다”고 말했다.

새 기준은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라 소비자들의 구매를 늦추는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명품브랜드 등이 소비자 서비스 차원에서 선할인 등을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외 명품브랜드들은 “본사와 협의해 가격전략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샤넬 태그호이어 IWC 등이 유로화 약세를 반영해 상반기에 판매가격을 5~30%씩 인하한 상황이라 추가 인하는 부담스러울 것이란 게 명품업계의 설명이다.

귀금속과 모피업계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황재 한국귀금속가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합성소재 같은 저렴한 재료를 쓰는 등 제약이 많았다”며 “앞으로 고급 재료를 쓰고, 부가가치를 높인 제품을 내놓는 등의 시도가 가능해 침체된 업계에 활력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혁주 한국모피제품공업협동조합 이사장도 “주재료인 원피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가격 책정에 어려움이 컸다”며 “브랜드력이 떨어지는 후발업체도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에 가능해졌다”고 진단했다.

개별소비세가 폐지되는 녹용과 로열젤리 같은 건강식품과 월 소비전력량 40㎾h 이상인 냉장고 등 대형가전 소비가 한층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 TV는 65인치 이상 제품이 해당된다”며 “일부 제품의 가격 인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택영 롯데하이마트 대치점 지점장은 “가전 소비전력이 매해 낮아지는 추세여서 가정용 가전은 수혜 대상이 많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김병근/임현우/이현동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