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간 불평등·갈등 유발"·"저소득층 보호대책 보완해야"

정부가 6일 발표한 종교인 과세 방침에 대해 종교계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다만 개신교계 일각에서는 이를 법으로 규제해 의무화하는 것보다 종교인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한불교 조계종 측은 "그동안 조계종단은 종교인 과세에 원칙적으로 찬성해왔다"며 "정부 방침에 따라 납세를 위한 준비작업을 착실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국장 남전 스님은 "과세방침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과세하려면 개신교, 불교, 천주교 등 종교별로 다른 성직자들의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게 종단의 주장이었다"며 개신교의 입장에 치우쳤던 과거 과세 방안과 비교해 볼 때 이번 방안은 각 종교의 의견을 수렴·종합해 이를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정부 방침에 맞춰 납세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1994년부터 납세를 공식 결정하고 교구별로 이런 방침을 지켜 온 천주교 역시 정부의 과세 방침을 환영하면서 앞으로도 국가가 정한 법률에 따라 납세의무를 준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관계자는 "종교인 과세 논의 과정에서 천주교의 입장은 일관되게 '국민의 일원으로 근로소득세를 똑같이 낸다'는 것이었다"며 "천주교는 이미 1994년부터 국법에 따른 납세 방안을 정리하고 적용해 왔다"고 말했다.

천주교 성직자들은 현재 사제 생활비, 성무 활동비, 미사 예물, 상여금, 휴가비, 기타 명목으로 교구나 본당에서 지급하는 금액 등을 사제 개인의 소득에 포함시켜 소득세를 내고 있다.

개신교계는 교단·단체별로 과세 방침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종교인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납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며 종교인 과세 법제화 방침에 일단 환영 의사를 보였다.

다만 종교인의 소득을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과세한 것에 대해서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NCCK의 강석훈 목사는 "종교인에게 일반 근로자와 같은 규정을 적용하지 않은 것은 종교인에 대한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처럼 별도의 규정을 적용하려면 사전에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목사는 또 종교인 내 대다수를 차지하는 저소득자에 대한 배려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하면서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개신교계 일부 교단과 단체는 종교인 납세를 법으로 규정해 의무화하는 것보다 종교인들이 세금을 자발적으로 납부토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의 박종언 목사는 가정을 이루지 않고 거처를 제공받는 불교·천주교 성직자와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개신교계 성직자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들면서 "종교인 과세를 법제화할 경우 다른 종교와의 관계에서 평등과세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정부의 과세 방침은 종교 간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교회들도 자체적으로 공청회를 열면서 세금 납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정부는 종교인 납세에 대한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종교인들이 세금을 자발적으로 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관계자 역시 대부분의 대형 교회는 이미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며 납세를 강제화하는 것보다는 자율적으로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hisun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