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좋아도 홍보 하지마!"…몸 사리는 에너지공기업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 공기업들이 요즘 정중동(靜中動)이다. 내년 예산 편성을 앞두고 활발하게 움직여야 할 시점인데도 잠잠하기만 하다. 예년과는 다른 모습이다.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자원공기업들은 지난달 14일 ‘해외 자원개발 사업 성과분석’ 중간 발표 이후 대외활동이 사실상 중단됐다. 회사 동정에 대한 보도자료조차 끊겼다. 이들 세 곳 공기업의 작년 매출을 더하면 40조원을 훌쩍 넘는다. 사업도 다양하고 홍보할 일도 많다. 그런데 조용하다.

해당 공기업 홍보실 관계자는 “감사원의 ‘겨냥 감사’ 이후 눈에 띄는 행동을 아예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됐다”며 “세금을 낭비한 공기업으로 찍힌 마당에 홍보활동이 의미가 있겠느냐”고 푸념했다. 그는 이어 “다음달부터 시작하는 국회 국정감사를 고려해 아예 문제가 일어날 여지를 없애 버리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동서발전 등 발전공기업들도 조용하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유는 석유공사 등과 정반대다. 원재료값 하락으로 영업환경이 개선되며 실적이 크게 호전됐는데, 최대한 알려지지 않는 쪽을 선택한 경우다.

한전은 5일 연결기준 매출 13조6718억원, 영업이익 2조880억원, 순이익 1조3419억원의 2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매출은 1년 전보다 6.1% 늘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51.8%와 600.7% 급증했다.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이후 최대 실적이다. 해당 공기업 관계자는 “실적 호조가 알려지면 전기요금 인하 등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며 “이익이 늘었다고 해도 부채 감축으로 써야 할 형편이라 되도록 홍보를 삼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