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계 순위 5위인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재벌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자 재계 전체가 곤혹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통해 재계에서는 경영 구조 선진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은 해결 조짐은 커녕 경제계 전반의 악재로 대두될 전망이다.

롯데그룹 사태를 계기로 대기업의 경영권 2세 승계 문제와 더불어 재벌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하는데 따른 것이다.

롯데그룹이 한국 기업이 맞느냐는 의문과 더불어 상품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한편 롯데그룹 계열사인 대홍기획에 대한 세무조사가 본격화되는 등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롯데그룹을 중심으로 재벌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는 상황에 이르렀다.

특히 롯데가 최근 따낸 면세점에 대한 인허가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각 기업의 경영 여건이 최악인 상황에서 롯데 사태로 재계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작금의 상황을 전했다.

물론 재벌가의 경영권 분쟁이 낯선 일은 아니다.

금호가의 경우 그룹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의 셋째 아들인 박삼구 회장, 넷째 아들인 박찬구 회장의 갈등으로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으로 쪼개진 이후 현재까지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과 현대 등도 경영권이나 지분 상속 등을 놓고 형제간 갈등이 노출된 바 있다.

그러나 재계 인사들은 최근 들어 경영 투명화로 사실상 오너 지배력이 약화하고 전문 경영인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면서 롯데 사태를 대기업 전반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도한 대기업 오너 압박이 결과적으로 '엘리엇 사태' 재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투기자본 엘리엇은 지난 6월 4일 삼성물산 지분 7.12%의 취득 공시를 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선언한 뒤 주식 현물배당과 중간배당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하고 주주총회 결의금지와 자사주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하는 등 삼성 측을 상대로 파상 공세를 벌여왔다.

결과는 삼성물산의 완승으로 끝났다.

현재 10대 그룹 상장사 5곳 중 1곳 꼴로 외국인 보유 지분이 총수 일가족과 계열사 등 우호 지분을 웃돌아 경영권 공격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오너 일가가 문제는 있지만 자칫 국내 대기업 대다수가 외국인 손에 넘어갈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재벌들의 과도한 소유 문제가 커지긴 했지만 지금은 외국 투자자들의 공세에 대응하기도 힘든 게 현실"이라면서 "대기업 최고경영자들도 과거와 달리 경영 혁신을 통한 수익 극대화 등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대기업들의 경영 혁신은 최근 탄력을 받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제품 책임, 친환경, 협력사, 임직원, 지역사회 등을 5대 지속가능 경영 핵심이슈로 정했다.

제품책임 부문에서는 안전 편의 미래기술 개발이나 품질을 통한 브랜드 혁신, 협력사 부문에서는 협력사의 글로벌 경쟁력 육성 및 지속성장 기반 강화를 위한 동반성장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 측은 "앞으로도 경영철학과 기업 정체성을 체감할 수 있는 공유가치 창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미래 먹을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신성장 동력 사업에 2017년까지 3년간 총 136조원을 투자하고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5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 사태를 계기로 대기업에 대한 여론이 악화한 점이 정말 아쉽다"면서 "이제 대기업이 진정으로 해야 할 부분이 일자리 창출과 국가 경제 성장에 이바지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