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반도체 공장 직업병 문제로 협상을 벌여온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는 30일 반도체직업병조정위원회가 제시한 ‘공익법인에 의한 보상원칙, 정액 보상, 법인 발기인 구성’ 등 세 가지 조정안을 수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가족대책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공익법인에 보상을 신청하는 것을 포함해 조정위가 제시한 세 가지 안에 대한 수정 의견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조정위가 지난 23일 조정안을 제시한 지 7일 만이다.

가족대책위에선 조정위가 삼성전자에 1000억원을 출연해 공익법인을 세워 보상과 재발 방지대책 및 공익사업을 수행하라고 권고한 점부터 지적했다.

대책위는 “피해자와 가족들은 오랫동안 기다렸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보상받기를 원한다”며 “공익법인에 보상을 신청하면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별도 공익법인 없이 당사자 간 협상으로 보상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올해 안에 협상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만 건강재단 등에서 보상 문제를 다루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조정위 측 권고안이 제시한 정액 보상에 대한 수정도 요구했다. 당사자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보상 규모를 정액으로 책정하면 실제 보상받아야 하는 것보다 낮은 금액을 보상받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조정위가 공익법인의 발기인과 이사회를 구성할 때 대한변호사협회, 한국법학교수회, 한국안전학회 등 7개 단체가 한 명씩 추천받도록 한 점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가족대책위는 공익법인을 설립하더라도 협상 주체인 가족대책위와 노동 인권단체 반올림, 삼성전자가 추천하는 이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창호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 대표는 “수정안을 토대로 원만한 추가 조정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