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쌀 때 사고, 쌀 때 판다.” 에너지·자원 공기업에 대한 감사원의 대대적인 감사와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정부가 공기업 부채 감축을 위해 해외자산 매각을 종용하면서 나오는 말이다. 해외자원 개발에 ‘올인’하다시피 한 이명박 정부와 달리 현 정부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고유가 시대에 사들인 유전을 유가가 떨어지는 상황에 급매물로 내놓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글로벌 자원시장은 한국의 정권 교체기를 주목했다. 한국 정부의 해외자원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었다.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이 2017년까지 지분을 매각하거나 사업을 축소키로 한 프로젝트는 알려진 것만 41개다. 매각사업 목록은 즉각 글로벌 자원시장으로 흘러들어 간다. 공기업 관계자는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것도 억울한데 한국 공기업들이 뭘 판다는 얘기까지 시장에 다 알려지면서 협상력마저 떨어졌다”고 원망한다.

정책 엇박자로 인한 피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유가가 떨어지고 달러 보유액이 늘어난 지금이야말로 해외 자원개발 투자의 호기임에도 이를 눈앞에서 놓치고 있다. 해외 자원개발 예산이 쪼그라들면서 돈줄이 막힌 것이다.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전환한 2012년 이후에도 해외 자원개발을 멈추지 않은 중국과 대조적으로 한국은 새로 착수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전무하다.

이러니 한국이 해외 자원개발에서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누가 이렇게 한국을 글로벌 자원시장의 ‘호구’로 만든 것인가. 정권만 바뀌면 모든 걸 뒤집어엎는 이 땅의 후진적 정치를 바꾸지 않고서는 이런 정권 주기적 악순환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