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성장률 2.7% 전망…3개분기 연속 3% 아래

한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개 분기 연속 3%를 밑돌 것으로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예상했다.

특히 올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2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14개 해외 투자은행들이 예상한 2분기 GDP 성장률 평균치는 전년 동기대비 2.7%로 집계됐다.

바클레이즈가 3.1%로 가장 높게 예상했고, 노무라와 IHS 이코노믹스가 각각 2.4%로 전망치가 가장 낮았다.

이미 1분기에 3%를 밑도는 성장률이 나온데다 2분기에도 부진한 지표가 나올 것으로 보여 올해 3%의 성장률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4분기와 1분기 성장률은 각각 2.7%, 2.5%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23일 2분기 GDP 속보치를 발표한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로 인한 예상치 못한 소비 감소 및 관광업 타격, 그리고 엔화 약세 여파 속 계속된 수출 감소가 성장률 부진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모건스탠리의 샤론 램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올해 수출 증가율이 2009년 이후 최악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기 둔화에 따른 대중 수출 둔화가 가장 직접적인 타격이며, 엔화 약세로 인한 한국 수출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진 것이 그 배경이다.

앞으로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지역 등에서 중국 기업들과의 수출 경쟁도 심해질 것으로 모건스탠리는 내다봤다.

램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 수출이 3.1%(달러화 기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상반기에 5%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올해 수출증가율은 -4.0%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으로, 지난해에는 2.3% 늘었다.

그는 하반기에는 미국의 견조한 성장률이 호재가 되겠지만, 중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 또한 부진한 모습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수출이 올해 GDP 성장률에 기여하기는 커녕, 방해물이 될 것이라고 모건스탠리는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수출은 13.8% 감소했으나, 2010년과 2011년 각각 28.3%, 19% 큰 폭으로 증가하며 반등했다.

그러나 2012년 수출은 다시 1.3% 감소했고, 2013년에는 2.1% 느는 것에 그쳤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인 수출은 지난 4월과 5월 각각 전년 동월대비 8.0%, 10.9% 감소했다.

상반기 전체로는 5.0% 줄었다.

6월에는 1.8%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상반기에는 수입도 작년보다 15.6% 줄었다.

가장 낮은 2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한 투자은행 중 한 곳인 노무라는 지난 1일 보고서에서 6월 수출 감소폭이 대폭 낮아졌지만 조업일을 감안하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6월에 조업일수가 2.5일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근본적인 수출 추세를 보여주는 조업일 조정(working-day adjusted) 수출은 5월에 전년대비 6.6% 감소한 이후 6월에는 12.3% 줄었다고 지적했다.

노무라는 또 상반기 수출에서 건조에 2~3년이 소요되는 선박 수출 등 과거의 수요를 제외하면 전년대비 8.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한국의 수출동향은 성장률이 노무라의 2분기 성장률 전망치 0.5%(전기비)를 밑돌 가능성을 증대시켰다고 보고서는 우려했다.

3.1%의 다소 높은 성장률은 예상한 바클레이즈는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 강세의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이를 수출 위협요인으로 제시했다.

바클레이즈는 "경상수지 흑자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겠지만, 광공업생산과 수출 등을 포함한 경기활동 지표가 상당기간 취약하게 나온 것은 원화 약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올해 엔화는 원화에 1.1% 하락했고, 2013년과 2014년 각각 24%, 10% 밀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경상수지는 86억5천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해 39개월째 사상 최장기간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최근의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이 더 많이 줄어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렇게 전망이 어두워진 탓에 전문가들은 일제히 부양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HSBC(2.6%)의 프레드릭 뉴먼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30일 보고서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더해 정책금리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산업부문이 예상했던 것만큼 반등하지 못했고 서비스업 활동도 기대만큼 견조하지 않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현재 정부가 제시한 추경예산안 규모는 11조8천억원에 이르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2분기 성장률을 2.5%로 제시한 호주뉴질랜드은행(ANZ)도 지난달 "적정한 수준의 정책 지원 없이는 한국 경제가 2015년에 3%의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ANZ는 메르스가 발생하면서 한국의 소비심리가 지난 6월 급격하게 위축된 점을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정선미 기자 smjeong@yna.co.kr